한타, 죽음의 망령이 이어지나?

금산공장 협력업체 직원 폐질환으로 한타 “업무 무관” … 역학조사 진행중

한국타이어에 죽음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1년6개월 동안 14명이 심근경색 등으로 잇따라 사망한 후 또 다시 1년이 안 돼 협력업체 직원이 원인은 물론 치료법도 없는 병으로 사망한 것이다.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및 유독물질 중독피해자 대책위원회와 한국타이어 등에 따르면, 금산공장에서 협력업체 직원으로 근무했던 김모(49)씨가 3개월간 투병 생활 끝에 지난달 2일 숨을 거뒀다. 병원에서 나온 사인은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지금까지 폐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이는 모두 3명으로 늘었다.

이 병은 폐실질의 섬유화가 계속 진행돼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질병으로, 폐가 기능을 상실하고 굳어가는 질병이다. 현재까지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치료법도 마땅치 않은 질환이다.

김 씨는 지난 2001년 4월부터 올해 입원하기 전까지 7년간 금산공장에서 완제품 타이어를 입고하는 물류업무 관련 협력업체인 J사에서 근무해 왔다. J사는 김씨의 사망과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대책위는 성명을 내고, “폐섬유증은 중금속이나 유기용제 등에 의해 유발되는 질환”이라며 “공장에서 솔벤트, 납, 톨루엔 등을 취급하기에 김씨가 유기용제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근무한 70000명을 표준 추출한 결과, 93명이 질병으로 사망했다”며 “정부는 김씨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고 사측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저버린 노동부 등 관계기관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는 김씨의 사망이 유기용제 중독 등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김씨는 제조공정에서 일한 적이 없고, 타이어 제작과 검사가 끝난 타이어 완제품을 납품처로 배송하는 물류업무 근로자를 관리하는 하청업체 관리직원”이라며 “분진이나 유기용제와 관련없는 곳에서 근무해 왔다”고 해명했다.

또 “김씨가 담배를 피웠고, 금산공장으로 오기 전에는 카센터에서도 일했다”며 “금산공장에서는 물류 관리 업무 외에 제조공정에서 일하지 않아 유기용제 등 작업장 유해 환경에 노출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의 사망 원인을 놓고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의뢰를 받은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사망과 업무환경의 연관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진행중이다.

한편, 지난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병연구센터가 공개한 역학조사 계획서에는 한타 질병사망자가 심근경색 7명, 폐암 2명, 자살 1명, 식도암 1명, 간세포암 1명, 뇌수막종양 1명 등 모두 13명이고, 사고사와 자택에서 화재로 사망한 근로자를 모두 합하면 15명으로 집계돼있다./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