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응재 목원대 한국음악학부 교수 |
어릴 때부터 익히 들었던 내용이지만 그 비련미(悲戀美)와 비장감(悲壯感)은 전혀 새로운 감동을 안겨 주었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박진감 넘치는 고품격의 뮤지컬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서라벌의 한 광장이 나온다. “선화공주 야심한 밤중에 궁궐을 나와서 서동이와 사랑을 나누고 새벽닭이 울 때서야 돌아간다네.” 서동이 퍼트린 이 노래는 아이들의 애창곡이 되고 급기야 서동과 공주는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얘기.
그러나 ‘뮤지컬 서동요’의 빠른 장면 전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백제 의자왕은 부왕을 이어 권좌에 오르자 새로운 국가 건설에 나선다. 우리가 알던 의자왕이 아니다. 전장에서의 용맹 그리고 왕비에 대한 사랑. 의자왕의 카리스마가 무대를 압도한다.
가슴이 뚫리는 것 같은 그 소리의 힘. 그러나 왕비가 죽으면서 상황은 급하게 반전한다. 우선 김유신의 음모와 계략이 시작된다. 역시 우리가 알던 김유신이 아니다.
죽은 왕비와 꼭 닮은 여인 ‘아지’(군대부인)를 궁중으로 보내 의자왕의 외로운 영혼을 파고든다.
의자왕을 사이에 두고 상좌평 진언과 군대부인이 한 팀이 되고 대비(선화공주)-두례(궁녀)-성충이 하나가 되어 갈등이 고조된다. 백제의 강인함이 한계에 이른다.
의자왕은 국론 분열의 조정 기능을 상실하고 결국 계백의 5천 결사대가 신라군 앞에 무너지고 만다. 그러나 ‘뮤지컬 서동요’는 끝까지 백제의 힘을 추적한다.
결국 패전, 멸망, 죽음의 위기 앞에서 백제 사람들이 보여준 의연함은 그 나라가 성취한 고도의 문화적 힘에서 나오는 정서적 연대감이었다. 국왕에서 궁녀들까지. 마지막 낙화암과 왕궁의 장면은 그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두례는 그 상징이다.
‘뮤지컬 서동요’는 충청 지역의 대표적 전승 설화인 ‘서동요’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역사적 배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다시 그것에 작가의 상상력과 연출력을 동원해 ‘서동요 이야기’를 현대인의 기호에 맞게 재생산해 낸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스토리의 완성도가 높고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어 몰입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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