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중소병원이나 전문병원, 의원급에 근무 중인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대다수가 근로여건이 나은 종합병원이나 노인전문병원으로 빠져나가는 도미노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연쇄 이탈로 중소병원이나 전문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에 상당한 차질이 야기되고 있다.
간호사가 부족한 일부 전문병원은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를 고용하고 있지만 간호조무사 역시 열악한 근무여건과 낮은 임금 등으로 인해 또 다시 재취업에 나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최근 소아과 전문병원인 A병원은 간호사 여러 명이 한꺼 번에 사표를 내고 병원을 떠났다. 다행히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환자가 크게 줄어 한숨을 돌렸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또 다시 입원 환자수가 급격히 늘어날 예정이어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해부터는 간호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현재는 부족한 일손을 기존의 간호 인력이 버티면서 운영하고 있지만 병원 수입이 크게 줄면서 궁여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병원에 근무 중인 한 간호사는 "중소병원이나 전문병원에서 일하는 것은 의료 3D업종이라고 불릴 만큼 노동 강도가 강하다"며 "앉아서 서류를 돌리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직접 해야 하는 일들이 많지만 노력에 비해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이직이 잦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의 중소병원과 의원급의 사정도 엇비슷하다.
B중소병원 역시 간호사가 무더기로 종합병원 등으로 옮기는 바람에 간호사 정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노인 장기 요양보험제도가 시행에 들어가면서 중소병원이나 전문병원, 로컬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 인력이 노인요양병원이나 노인전문병원으로 대거 이탈하는 도미노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간호사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대전.충남지부가 조사한 대전지역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이직률은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현직에 있는 간호사 30% 정도가 노인전문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전시간호사회 주영화 사무국장은 "간호사들이 중소병원에서 대형병원으로, 대형병원에서 서울권 병원으로 연쇄 이탈하는 현상은 병원 측과 의사들이 간호 인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 해결될 수가 없다"며 "이직을 하는 간호사 대다수가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가 좋지 않다는 점을 이직사유로 꼽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호조무사 대전충남지부 이장원 회장은 "간호조무사 자격증 소지자 가운데 절반 정도는 전혀 활동하지 않는 데 이들을 현장으로 끌어내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근무여건 등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매년 수백여 명의 간호 인력을 배출한다 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조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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