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순 충남대병원 상임감사 |
새로 여당의 대표로 선출된 이는 소통의 문제는 “소고기와 통하지 못한 것”이라고 방송인터뷰에서 익살을 부리며 본질을 우회하는 한편, 여당 국회의원들은 미국산 소고기 시식회를 하며 소고기와의 소통에 앞장섰다.
총리와 여당 국회의원들이 마치 미국 소고기 수출협회의 세일즈맨처럼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과 맛있음을 강조할 때, 공무원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처사이며 그에 앞서 국내 한우 농가의 고통과 어려움을 먼저 살펴야한다는 비판여론 정도는 형식적 언사로서 모면할 수 있다는 거대 집권 여당의 자신감 때문인지 몰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과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대통령의 말이 실감나지 않는 것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통은 단지 국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어서 미국과의 소통부족으로 부시대통령 방한도 백악관의 일방적 발표로 체면을 구기게 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신한일 관계를 선언한지 불과 6개월도 못돼 일본이 독도를 자기영토라고 주장하는 교육용지침서를 발간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남북관계 냉각에 따른 소통경색으로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해도 이에 대한 철저한 원인과 책임규명을 위한 협의채널조차 가동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으니 북한군의 총격의도와 배경이 무엇이던지 간에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할 따름이다.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의 진전으로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식량과 에너지 지원을 확보하고 그동안 핵무기 개발 때문에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회복 등 관련당사국과의 관계개선 및 지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남쪽이 응분의 책임을 묻기 위한 어떠한 강경책을 쓰더라도 아랑곳 않고 이명박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할 것임은 자명하다. 결국 남북관계는 금강산 관광 뿐 아니라 개성공단의 존립마져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이다.
이와 같이 남북화해와 통일을 위한 지난 10년의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일본의 야욕을 막지 못한다면, 국내 산업의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실용주의 정책은 단지 강부자로 대표되는 특정계층을 위한 비지니스 프랜들리임에 다름이 아님을 고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살인적인 기름 값과 고물가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서민들의 살림이 어려운 가운데 우리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소통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후덥지근한 불쾌지수만 높아가니 날씨만 탓해야 하는가. 국정의 많은 부분들에 혼란과 실망을 준 그간의 모습을 환골탈태하여 국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낮은 자세로 일 하겠다” 는 대통령의 말이 국민에게 진심으로 들릴 수 있도록 정책방향이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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