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영 충남대 사회대 학장, 언론정보학과 교수 |
또한 노무현 정부 시절에 임명된 정연주 KBS 사장을 임기 도중 사퇴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여당과 정부의 책임있는 인사가 MBC와 KBS 2TV를 민영화하고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언론계와 학계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언론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정부는 두 달 이상 지속된 촛불시위 과정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에 섰던 언론사나 네티즌들에 대해 검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갖가지 압력을 행사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검찰은 촛불시위를 중계한 인터넷 방송국 아프리카의 사장을 저작권 위반 건으로 구속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의혹을 제기한 MBC 「피디수첩」 프로그램의 담당 피디들을 농림수산식품부가 명예훼손으로 제소한 건에 대해 전례 없는 특별전담수사팀을 구성하여 수사에 착수토록 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촛불시위를 왜곡보도했다는 이유로 유력 중앙지들에 광고를 실은 기업들에 대해 불매운동을 제안한 네티즌들의 글을 삭제하도록 포털에 요구했고, 검찰은 아무런 고발도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자발적으로 수사에 착수하여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사안들을 통해 볼 때,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관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 정부가 민주주의 사회의 언론에 대해 적절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모든 주요 언론기관을 구조적으로 장악하려 하고, 반대 입장의 언론을 철저히 압박하고 위협하는 식의 언론 정책은 선거를 통해 수립된 민주적인 정부로서는 결코 취해서는 아니 될 것으로 생각된다.
언론학자들 사이에는 언론을 권력의 도구나 대리인으로 보는 관점과 자율적인 기구로 보는 관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전자의 관점은 정치체제를 막론하고 어떤 사회에서나 언론은 결국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회적 의제를 만들고 여론을 유도하기 위해 활용하는 도구나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보는 반면에, 후자의 관점은 최소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일정한 자율성을 가지고 권력을 감시·비판하며, 국민의 여론을 환기하고 공공의 의제를 수립해나가는 기구로 보는 것이다.
어떤 권력이든 언론을 마음대로 국민의 여론을 조종하기 위한 도구나 대리인으로 삼고 싶은 욕망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가 언론을 장악해서 마음껏 부릴 수 있다면, 국민은 언론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정부는 결코 이런 언론을 통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럴 경우, 사회는 소통의 부재라는 심각한 기능적 부조를 겪게 되는데, 이것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난무하는 극심한 혼란이나 캄캄한 암흑 같은 상황을 초래한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 위세등등 했던 군부독재 정권 하에서 우리는 바로 이 같은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정부에 대해 자유롭게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자율적인 언론이야말로 민주주의 체제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을 도울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새로운 국정지표로 내세우듯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를 ‘선진 일류국가`로 만들고 싶다면,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열린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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