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에 결혼해 20여년 아이 셋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지내던 이미순(가명 51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씨는 지난 2004년 남편의 퇴직으로 천원 김밥집을 시작했다.
▲ 문 닫은 천원김밥집. |
8평(26.4464m²) 남짓한 분식집을 운영하며 24시간 김밥을 마는 직원 3명을 거느린 ‘사장님’소리를 듣던 이 씨는 “하루 1000원 김밥만 2000줄씩 팔던 때도 있었다”면서 “소풍이나 휴가철 김밥을 사기 위해 가게 앞으로 죽 늘어선 손님들을 볼 때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그녀가 얼마 전 가게 문을 닫았다.
재료값 상승으로 지난 3월 김밥 값을 인상한 그녀는 손님이 줄자 5월 ‘가정의 달 이벤트’라는 명목을 붙여 김밥 값을 다시 1000원으로 내려 끊어진 손님을 잡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재료값이 워낙 많이 오르다보니 값은 1000원으로 내렸어도 전처럼 김밥 속을 넉넉하게 넣기 어려운데 손님들이 부실해진 김밥을 외면한 것 같다”는 이 씨는 “김, 계란, 햄, 맛살, 단무지, 쌀 등 김밥 재료값이 20~30%이상 오른데다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 직원을 세 명에서 한 명으로 줄이다가 이마저도 내보내고 혼자 꾸려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가게를 내놓았다”고 했다.
▲ 최근 문을 닫은 천원김밥집은 김밥값을 1500원으로 올렸다가 손님이 줄자 다시 1000원에 내렸는데 재료값을 견디다 못해 결국 문을 닫았다. |
또 한판(30알)에 3200원 하던 계란은 4500원으로 22% 올라 지단을 붙이기가 무섭고 단무지도 3㎏ 한 상자에 2200원에서 2800원으로 27% 상승했다.
“오른 게 어디 이것뿐이냐”는 이 씨는 “참기름, 식용유는 물론 도시가스와 수도·전기세 등 관리비, 인건비까지 삽시간에 올라 100번, 1000번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더라”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대전시의 일반음식점 폐업 건수를 보면 동구 26, 중구 27, 서구 44, 유성구 22, 대덕구 12곳 등 모두 131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4곳이 문을 닫은데 비해 39%(37곳)가 늘어 하루 4.5곳이 가게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6월 167곳이던 신규 영업신고는 올해 137곳에 불과해 극심한 경기불황을 보여줬다.
5개 구 중 가장 많은 음식점이 문을 닫은 서구청 관계자는 “관내 영업장 임대료와 운영비가 다른 곳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장기 경기불황과 소비 위축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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