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선(禪)화가 이종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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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선(禪)화가 이종철 화백

“홈쇼핑서 달마도 팔았으면 부자됐을 것”20여년 달마도 보시

  • 승인 2008-07-10 00:00
  • 신문게재 2008-07-11 25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공주문화원 초청으로 달마도 전시회를 준비하던 중 불이 난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아비규환에 빠진 꿈을 꾸고는 너무 놀라 다음날 그 꿈을 그림으로 그렸는데 그 게 ‘지옥 열차화’입니다.”

선(禪)화가 석주(石舟) 이종철(李鐘喆 63) 화백은 당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진단다.

달마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 그림을 그는 2003년 2월 7~11일 공주문화원 전시회에 출품하고 전시회 시작 열흘 만인 2월 18일 아침 그림과 같은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했다.

“대구지하철 참사를 예견한 꿈을 꾼 바람에 그대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대구로 내려가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비는 달마도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대구에서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려 대회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250m짜리 초대형 달마도를 그리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려진 달마도 중 가장 긴 작품으로 알려진 이 그림에는 2173명(2003년+당시까지의 희생자 170명)의 달마를 담았는데 달마도의 화룡점정 격인 눈은 시민들이 각각 하나씩 그려 넣게 해 또 다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후 이 화백에게 대통령 표창이 상신됐지만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거절한 후 대구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전시돼 있던 이 달마도가 지난 7일 회향식을 갖고 계룡산 자락에 있는 이 화백의 선방 ‘선화예술원’에 둥지를 틀었다.

▲선(禪)화가 이종철 화백
▲선(禪)화가 이종철 화백
‘선(禪)화가’로서 불법(佛法)과 부처의 마음을 그리는 것이 자신만의 수행법이라는 이 화백은 지난 1987년 팔공산 동화사에서 도운(道雲)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자봉(自峰)이란 법명을 지닌 스님이기도하다.

서양화가는 물론 15년 이상 사진작가로 활동한 이 화백이 달마도를 배운 것도 이때부터다.

“달마도는 특별한 사람이 재주를 가지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마음으로 그렸느냐가 중요하죠. 난치병이 있는 사람에겐 건강을, 좋은 성적을 바라는 수험생에겐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달마를 그려줍니다.”

갖가지 사연을 담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난 20여년 무료로 달마도를 그려준 그는 “기 호흡과 참선을 통해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 후 달마도를 그리는데 이는 나 자신의 수행뿐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인 이타행(利他行)을 실천하는 길이기도하다”고 들려준다.

부유한 집안의 막내로 1945년 일본에서 태어나 세살 때 한국에 온 그는 대전시 동구 원동초등학교를 다녀 대전이 고향 같은 곳이다.

▲2003년 2월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를 그대로 예견한 석주 이종철 화백의 그림‘지옥 열차화열차화’(위)와 그가 그린 달마도.
▲2003년 2월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를 그대로 예견한 석주 이종철 화백의 그림‘지옥 열차화열차화’(위)와 그가 그린 달마도.
이 화백은 “계룡산 자락에 선화예술원을 열어 작품을 전시하고 후계자를 양성하면서 정착하려한다”고 소개했지만 ‘기적으로의 여행’이라는 선화집 발간과 나한, 보살, 용, 솟대 등 불교와 관계되는 108개의 사물을 그린 108m짜리 ‘108圖’ 를 완성하는 등 여전히 바쁜 활동을 하고 있다.

“홈쇼핑을 통해 달마도를 그려줬더라면 지금쯤 엄청난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며 껄껄 웃는 이 화백은 “달마도를 붕어빵 찍듯 똑같은 모양으로 그려 치부(致富)를 하는 건 달마선사를 욕보이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건강을 기원한 한 할머니에게 보시할 달마도를 그리기 위해 다시 붓을 집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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