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백겸 시인·대전·충남 작가회의회장 |
많은 문필가들이 인생을 흔히 고해를 항해하는 배에 비유한다. 시간의 바다를 향해하는 배인 몸은 비유하자면 작은 배에서 항공모함, 화물선에서 요트까지 용도가 다양하다. 그 배들이 시간의 파도에 뒤집어지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가는 것은 배를 모는 선장의 신중함과 날씨 그리고 배의 안정성에 기인한다. 비싸고 큰배가 당연히 유리하지만 큰배라고 사고가 안 나는 것은 아니며 큰배의 사고가 더 비극적이다.
영화 `타이타닉`을 본 관객들은 저런 큰배가 어떻게 사고가 나서 사람들이 사고를 당했을까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갖게 된다. 정신분석학자들에 의하면 정신은 대체로 에고와 무의식 심층의식으로 나누어진다. 에고는 선장에 비유된다. 배의 상태, 항로 날씨 등에 주의를 기울여서 배의 항해를 감시한다. 배 밑에서 배를 추진하는 엔진과 기계장치등을 무의식에 비유한다면 심층의식은 배의 기관에서 어떤 부분에 해당할까 생각해보다가 안정기의 역할이 문득 생각났다.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스스로 세차운동을 하면서 배의 관성에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 바다/시간의 움직임에 자동반응하면서 인생/몸이 뒤집어지지 않도록 자동항법의 역할을 담당하는 자이로 안정기. 인생이라는 항해에는 몸의 자이로 안정기가 있으므로 해서 우리는 타이타닉호의 갑판 승객처럼 생의 파티와 여흥을 즐기며 사는지도 모른다.
천체와 지구는 시간의 바다를 매순간 움직인다. 초점과 각도는 매 순간 마다 달라지는데 우리 몸과 정신은 매 순간의 균형점을 알고 있다는 듯이 적응해서 살아간다. 자전거를 타고 가지만 자전거의 균형을 자동으로 우리 몸이 조절하는 느낌과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자이로 안정기는 외부운동의 변화에 대응하는 기계이므로 외부운동에 따라 스스로의 위치와 방향이 달라진다. 우리 인생에 미치는 외부운동과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이 여러 가지 있지만 과학에서 소외된 학문으로 점성술이 있다.
점성술에서는 ‘인간과 짐승, 식물과 광물, 유기물과 무기물, 액체와 기체, 가시 불가시를 비롯한 모든 사물이 행성의 영향력에 응답하며 시간의 운명에 그 영향력의 소인이 찍힌다`.라는 가정 하에 성립한 학문인데 우리의 심층의식에 영향을 미쳐 행동과 그로 인한 결과를 유도한다고 믿는 학문이다. 이집트와 바빌론의 시대에서부터 중세까지 서양에서 주요한 학문으로 자리잡았고 동양에서도 주나라의 日官(천체의 관측해서 왕실과 국가의 운명을 예측하는 관리)은 권력이 막강한 자리였다.
연금술에서 화학과 현대심리학이 발전했듯이 점성술에서 현대천문학이 나왔다. 과학의 천재인 케플러와 갈릴레이가 전기에서 보여주듯 점성술연구가였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티벳트의 모든 승원에서는 지금도 불교와 형이상학다음으로 점성학이 주요 과목이라 한다.
서양의 형이상학도 존재론대신 관계론이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을 포함해서 모든 사물은 서로의 상호관계와 커뮤니케이션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불교의 연기나 노장의 사유처럼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자연스러운 사고였는데 현대에서 이런 사유가 확대될 때 우리의 삶도 조금 더 다른 차원의 해석으로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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