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관리공단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판매 승용차에서 중대형차 판매 비중이 3분의 2를 차지했고 가전제품 판매 추이도 40인치대 TV, 양문형 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등 많은 전기를 소모하는 대형제품 위주이며 그에 따른 전력 수요량은 해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미 고유가 단계를 지나 ‘3차 오일쇼크`라고 표현되는 현재 상황을 보면 유가가 1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라 있고 앞으로도 석유수요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장기적인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짧게 지나갈 소나기는 아닌 것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국내에선 제조업 육성 및 보호라는 명분 아래 국내 전력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를 OECD 평균보다 1.9배나 싸게 공급해 왔고 1982년 이후 현재까지 소비자물가는 207% 상승했지만, 전기요금은 5.5% 상승에 그쳐 이는 사회 전반에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경제 체질까지도 국제 에너지 수급에 쉽게 요동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바로 지금이 전기요금 저가정책에 따른 전력 다소비 구조를 개선하고 합리적인 에너지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가격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지금의 산업구조하에서는 에너지 생산량 29위, 소비량 9위라는 모순을 탈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에너지 의존도 70%를 넘는 자원 빈국이 자원 부국의 소비량에 육박하는 기형적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풍력, 태양광, 조력 등의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함께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전비중확대를 통한 에너지 수급체질 개선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에너지 효율 자체를 높여서 적은 양의 에너지로도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한 구조로 탈바꿈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과 이에 부흥하는 사회 전반의 자구노력이 뒤 따라야 한다. 에너지 절감과 절약은 구호나 시늉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고유가 위기 극복을 위한 각계의 지혜가 모이고 생활전반에 걸쳐 절전모드로 전환하는 작은 실천만이 고유가에도 끄떡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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