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 사항]
① 구체적 사례를 근거로 제시할 것
② 1400(±140)자 분량으로 할 것
③ 시간은 120분임.
휴식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다. 한 여름 나무 그늘 밑 잔디에 누워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보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설 J. 럽복 -
(가)
여가는 일을 잠시 쉬거나 휴가를 떠난 상태를 일컫는다. 여가가 정말 일의 반대 개념인지를 따져보자. 직장에서 휴가를 얻어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가면 대개 일하지 않는 것은 물론 밥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행에서는 자질구레한 일상적인 것들에 신경 쓰지 않기 마련이다. 여가는 일이 다 놀이는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 준다. 즉 일이 100퍼센트 놀이라면, 다시 말해서 전적으로 재미있고 자발적이라면 우리는 새삼스레 휴가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은 상당 부분 ‘일해야만 하는` 상황에 따른 것이며 재미도 예상만큼 크지 않다. 따라서 놀이를 침식한 이런 부분들을 해소할 시간이 필요하다. 상사의 명령도 없고, 억지로 하는 일도 없고, 재미없지만, 참는 일도 없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다시 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치유제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치유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100퍼센트 놀이가 되는 것을 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이학 접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일주일 내내 종이학을 접으면서 휴가를 보내도 좋을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일주일 내내 영화를 보는 것이 놀이며 휴식이 된다. ‘방콕` 또한 괜찮은 방법이다. 밖에 나가는 것이 싫고 방 안에 틀어박혀 이것저것 하며 시간 보내는 것이 좋은 사람에게는 그것이 놀이고 휴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여가와 휴가는 일과 보완 관계에 있다고 하겠다. - 탁석산, 『철학 읽어주는 남자』 -
(나)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복잡한 도시에서 분주한 일상을 살던 이들의 눈길이 한적한 곳을 향한다. 더욱이 직장인들의 경우에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어떤 시인의 말처럼 ‘금요일에 먼데를 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꼭 여름이 아니더라도 꽉 짜여진 삶속에서 탈진한 이들은 그 꽉 짜여진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 한다. 당연한 일이다. 쉼 없이 어찌 그 삶이 생기발랄할 수 있겠는가. 활기찬 노동을 위해 휴식은 꼭 필요하다. 우리가 쉬지 않고 있다고 여기는, 우리 몸속의 심장조차 쿵쿵대며 뛰는 그 사이사이에 휴식을 취한다고 하지 않던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최근 불고 있는 웰빙(well-being)바람은 휴식에 목마른 이들에게 ‘금요일`을 고대하게 만든다. 잘 쉬고 잘 먹으며, 잘 살자는 웰빙, 소위 삶의 질을 문제 삼는 그런 바람은 금요일에 시작되는 주말 휴가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으로 확대되는 느낌이다.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다. ‘잘 존재하기`는 특정한 시공간으로 축소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 중략 ---
‘잘 존재하려고` 할 때 자기 내면의 동기가 참으로 중요하다. 예컨대 휴식을 취하려고 여행을 떠나면서 힘에 겨울 정도로 뭔가를 배낭에 잔뜩 쑤셔 넣고 나서는 사람은 휴식은 커녕 여독(旅毒)만 안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삶의 충만은 자신을 채움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비움으로 얻어지는 역설을 깊이 숙고해야 한다.
지난 겨울 네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여객기에서 한국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은 어느 선교단체 소속으로 네팔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오는 길이었다. 즐거웠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해맑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으나 생기에 넘치는 표정들이었다. 나는 그들의 밝고 환한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그들에겐 봉사 그 자체가 휴식이었겠구나!
나눔은 자신을 내어주는 행위다. 땀 흘리는 봉사도 자신을 내어주는 행위다. 그 내어주는 행위가 충만한 삶을 위한 동기에서 비롯될 때, 그것은 즐거움과 생기를 북돋워 준다. 비움의 행위이지만, 그것은 자기 상실이 아니라 존재의 충만을 가져다준다. 우리가 어떤 행위 뒤에 존재의 충만에 이를 때, 그 행위 자체는 휴식이 된다. 땀을 쏟는 노동일지라도 그 노동 자체가 휴식이 된다. 그러므로 즐거운 노동은 휴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즐겁지 않은 노동은 휴식이 아니다.
만일 이글을 쓰는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하지 않고 단지 원고료 수입을 얻기 위해서 쓴다면, 나의 행위는 그냥 노동일 뿐이다. 농사짓는 이들이 뙤약볕 아래서 풀을 뽑을 때 그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면, 단지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그 일을 한다면, 그건 고단한 노동일 뿐이다. 그러나 그 일 자체에서 기쁨을 누린다면, 그 일은 휴식이 될 수도 있다.
그때 노동과 휴식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옛 교부들은 기도와 노동, 명상과 노동을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 둘을 나누어 보게 된 것은, 노동을 자본의 획득으로 보는 자본주의가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게 되면서부터이다. 현대인들은 화폐로 환산되지 않는 노동에서 더 이상 기쁨을 발견하지 못한다. 노동 자체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이다.
우리가 자본의 멍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더라도, 때로 그것에서 벗어나 일 그 자체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때 우리가 하는 일이 휴식이 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의 심장은 늘 일하는 것 같으면서도 틈틈이 쉬고, 틈틈이 쉬는 것 같으면서도 우리 몸에 새 피를 공급하는 일을 활기차게 하고 있는 것이다. - 고진하, 『심장처럼 일하고 심장처럼 휴식하라.』-
[논제 분석ㆍ출제의도 파악]
우리나라에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생활 속의 여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요즈음 잘 쉬고, 잘 먹으며, 잘 살자는 소위 삶의 질을 문제 삼는 웰빙(well-being)바람은 금요일에 시작되는 주말 휴가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정서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바람직한 여가 생활은 어떠한 것인지 생각해 보고자 하는데 출제 의도가 있다.
먼저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 이해와 분석을 통하여 문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두 제시문의 공통점을 찾아보도록 한다.
제시문 (가)에서 여가는 일에서 얻은 피로와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여가를 즐기며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제시문 (나)에서는 땀을 쏟는 노동일지라도 그 노동이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충족시켜 준다면 그 노동자체가 휴식이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제시문 (가)와(나)에서 여가는 일과 서로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여가 생활과 그 의의는 무엇인지 밝혀야 하며 구체적 사례를 근거로 제시해야 하는 유의사항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작품]동방여중 3학년 강수진
내 삶의 치유제, 여가 생활
▲ 강수진 동방여중 3학년 |
제시문 (가)에서 여가는 일을 잠시 쉬거나 휴가를 떠난 상태를 말하며 다시 일로 돌아 갈 수 있게 해 주는 치유제라고 말한다. 또한 일과 여가는 서로 보완 관계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글(나)에서는 우리가 활기차게 일을 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꼭 필요하며 일한 후의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는데 그 일 자체를 사랑한다면 그 일은 언제나 휴식이 될 수 있으며, 어떤 행위 뒤에 존재의 충만에 이른다면 그 행위 자체가 휴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제시문 (가)와 (나)에서 말하고 있는 공통점은 여가는 일과 서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의 여가 생활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여가 생활에서 달맞이, 그네뛰기, 쥐불놀이 등을 즐기며 그 해의 풍년을 기원했다. 조상들은 여가 생활을 즐기는 데에도 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노동의 연장이었던 것이다.
나는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여가(휴식)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학생신분으로 비록 사회에 나가 일을 해 본 경험은 많이 없었지만 여가에 대한 필요성은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할 때 조금의 휴식도 없이 계속 공부만 한다면 조금씩 휴식을 하며 공부를 했을 때보다 훨씬 피곤함을 느끼거나 그 피곤함으로 능률이 더 감소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이번에 학교에서 태안 기름유출 사고 현장에 가서 직접 봉사 활동을 하고 난 후, 글(나)에서 말한 봉사, 노동 자체가 휴식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많이 복구되어 닦을 기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돌 사이에 남아 있는 기름을 닦으면서 ‘오염 되었던 태안이 나의 작은 손길로 인하여 조금이나마 깨끗해지겠지.` 라는 생각에 즐거움으로 마음이 충만해져 즐겁게 봉사할 수 있었다. 또한 주5일수업제 휴업일에 장애인 복지 시설에 찾아가 그들과 만나고 작은 도우미가 되어 봉사하고 돌아올 때의 뿌듯함은 봉사 자체가 곧 휴식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여가 생활은 자신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통해 마음의 안식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가와 일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의 참된 의미를 알고, 일을 하는 그 자체를 즐긴다면 그것이 곧 여가이다. 오랜 세월 정성을 기울여 작품을 만드는 일을 즐기며 삶의 보람을 느끼는 장인처럼 자신이 원하는 일을 즐기며 기쁨을 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여가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총평]동방여중 교사 정진희
직접 체험한 실제적인 사례로 설득력 더해
문장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야
▲ 정진희 동방여중 교사 |
일반적으로 논술 문제가 자료 제시형일 때는 글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읽어 나가야 한다. 문제 물음과 다른 방향으로 또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거나 반론을 제기하면서 그것에 대해 답해 가는 읽기를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글쓰기에서는 자기 생각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표현한다.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생각만 담는다는 자세로, 간결한 문장을 어법에 맞도록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진이 학생은 서론에서 여가가 일과 관련이 있음을 이끌어 내어 글의 서두를 잘 시작하고 있다. 또한 본인이 직접 체험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사례로 근거를 제시하여 설득력을 더하고 있으며 결론에서도 주제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본론 부분에서 문장이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고 자연스럽지 못하여 문장 수준에서 고쳐 쓰기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문단에서 ‘~말하고 있다`를 세 번이나 반복하고 있으며 넷째 문단에서 ‘~데에 있어서`는 ‘에 있어서`를 빼버리고 ‘경험은 많이 없었지만`을 ‘경험은 적지만`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편의 글쓰기가 끝나게 되면 글이 자신의 의도대로 쓰여 졌는지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 고쳐 쓰기 단계에서는 글의 내용이 올바르게 구성되어 있으며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표현이 올바른지, 글이 어색하지 않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지 등을 살펴보고 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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