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주 천안위례초 교사 |
“재미있는 이야기가 눈앞에 보여요.”
청포도가 익어가는 칠월을 여는 첫 목요일 오후, 나른하고 끈적이는 바람은 간밤의 먹구름을 몰아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례골의 여름 한낮을 달구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2시 10분, 천안교육청 장학담당 장학사님, 천안 관내 32명의 선생님이 참석한 가운데 ‘2008학년도 지역장학요원 국어 수업 공개’가 실시되었다.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 콧잔등에 장난기가 묻어나는 준식이부터 시냇물처럼 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수진이까지 열 명의 아이들은 모처럼 많은 선생님이 방문한 뒷자리에 눈길이 오간다.
저학년들의 집중력이 저하될 무렵 진행되는 수업공개여서 내심 조심스럽게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평소에 좋아하던 플래시 동요를 들려주면서 설렘의 문을 열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이 나오기가 무섭게 연신 손을 높이 들고 외치는 모습은 평소 수줍어하던 시골 벽지 아이들이 아니었다. ‘쿵쿵타’ 박자에 맞추어 화면에 떠오르는 낱글자들이 만드는 책 이름을 벌써 알기나 했던 것처럼 아이들은 즐거운 함성으로 오후를 깨우며 손을 번쩍번쩍 든다.
본 차시 학습은 그 동안 읽었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그 느낌을 여러 가지로 표현하는 것이다. 2학년에 올라와 넉 달 만에 370권이 넘는 책을 읽은 유진이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실감나게 들려주어서 친구들의 관심을 모았고, 얌전한 광운이는 슬그머니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 ‘똥벼락’ 뒷부분을 구수하게 들려준다.
‘벌써 저렇게 자랐구나!’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교실 뒤편에서는 참관 교사들의 수업 장면 촬영과 아이들의 학습 수행 포트폴리오 자료를 넘겨가면서 ‘현재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현상과 아이들의 배경지식에 귀 기울인다.
친구들이 들려준 열편의 이야기와 느낌말을 한 데 모아 이야기 보물 상자에 넣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야기의 느낌을 판소리로 표현하고 싶어요”라는 예건이의 요청으로 손에 땀이 났다.
‘느낌을 이야기와 그림만으로 표현할 줄 알았는데, 판소리도 생각했구나!’
다행히 월요일 방과후 학교 시간마다 지도강사의 어깨너머로 북 장단을 배운 덕에 얼른 북채를 찾아 장단과 추임새를 넣어가면서 ‘놀부심술 대목’판소리를 끝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휴우~’ 아이들의 촉촉한 눈망울 속에 어리는 반짝이는 눈빛을 통해 부담과 설렘으로 준비한 수업공개의 보람을 낚는다.
교사의 생명은 수업이라는 소신으로 수업 연구와 개인 연찬에 박차를 더하는 현장의 많은 선생님들의 땀방울과 헌신을 늘 염두에 둔다. 책 읽기가 즐거운 위례골 아이들의 즐거운 경험을 발판으로 더욱 부지런히 그들의 눈높이와 목소리에 귀 기울이여 다가가고 ‘생각하고, 재미있고, 신나는 공부시간’만들기를 위해 내일도 준비할 것이다. 목 언저리에 흐른 칠월 한 낮 수업 공개는 청량한 교실 비타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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