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계백장군 ‘미스터리`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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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계백장군 ‘미스터리` 풀다

  • 승인 2008-07-03 00:00
  • 신문게재 2008-07-04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서울 토박이들은 어디 갔다 오면 숭례문과 세종로에 선 충무공 동상을 둘러봐야 안심이 된다고들 한다. 그 서울의 대문은 어이없게 불탔고 호국충정의 이순신 장군 아래로 시위대 깃발이 펄럭인다. 한때는 서울역에서 내려, 숭례문을 지나 광화문까지 걸어가 장군과 마주해야 비로소 촌사람 상경을 실감했었다. 계백 장군 동상도 부여에선 그런 상징적 존재인데….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은 언제 보나 오른손으로 칼집을 쥐고 있다. 의식용, 의전용 검이니 괜찮다는 변명도 있지만 항복의 예가 아니라면 오른손잡이 충무공이 그렇게 잡아선 안 되는 칼이다. 여수나 통영의 동상이 왼손에 칼집을 쥔 것과 대조적이다.

동상은 게다가 고개를 약간 떨궈 오해가 섞여 든다. ‘큰 칼 옆에 차고…` 시조가 있지만, 한 손으로는 힘 부칠 무지하게 큰 칼 또한 시빗거리를 낳는다. 또 전사한 장군은 오른손으로 칼집을 잡는다거나 친일파의 작품이라 그렇다는 구설에 휘말렸다.

계백 장군 동상도 이순신 장군의 그것과 논점이 같은 계통이다. 어제(3일) 본지 7면 ‘계백 장군 동상 미스터리` 기사를 참조하면 부여군청 앞에 백제의, 부여의 상징처럼 버티고 섰던 동상이 갑자기 바꿔치기 된 앞뒤 내막도 기구하거니와 동상 속 장군이 왼손으로 말고삐를 잡은 채 오른손을 번쩍 들어 의혹을 부풀린다.

제스처가 출전 명령이면 몰라도 휴전 제의라면 계백 장군 스케일에 안 어울린다. 본시 말 탄 장수는 승리의 심벌인데, 동상 형태로만 판정하면 패장(敗將)이거나 영락없이 부상당한 장군이다. 결과를 떠나, 계백이 누군가. 삼천 결사대로 8만여 연합군과 맞서며 왕조와 말로를 함께한 명장 중의 명장 아닌가. 논산 구자곡초교에 옮겨진 당초의 장군 동상은 오른손에 삼지창이다.

동영상(☞ joongdo.co.kr)을 봐도 알겠지만, 이따금 부여군청 앞 로터리를 지나면서 신경 거슬렸던 것은 왼쪽 다리를 든 계백 장군 애마다. 원칙은 몸 성한 장군의 말은 땅을 딛고, 전사 장군을 태운 말은 앞발 모두 쳐들어야 한다. (앞발 들면 살아서 승리, 땅 디디면 전사라는 일설이 있긴 하다.) 이런 이치로 풀어 한 발을 치켜든 계백 장군의 말은 부상당한 장군이 탔다는 기호(記號)인 것이다.

부여 계백 장군 동상과 세종로 충무공 동상에 붙은 시비는 고증 불충실에서 기인했을 수도, 제작상 과오일 수도, 아니면 일부러 의도했을 수도 있다. 이제 보니 다른 공통점이 있다. 부여의 동상이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전됐고, 세종로 동상은 도심 재창조의 일환으로 광화문 열린 마당 이전이 검토된 지가 얼마 전이다. 제대로 만들어 지금의 자리에 모시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민족을 수호한 용장들의 진면목을 무시하고 꼬마들 장난감처럼 아무렇게나 만든다면 본의 아니게 그분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지식의 가치가 네티즌 투표로 결판나고, 옳고 그름이 아닌 좋고 싫음이 그 기준이 되는 시류(時流)라 해도, 항복한 이순신 장군과 부상당한 계백 장군이라니! 얼토당토않다. 언제 부여나 서울 갈 일 있거든 장군님들 동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시라.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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