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의 선행도 유전자 영향일까.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이 내세운 이기적 유전자에 조종당해서 그런가. 구두쇠와 기부자를 결정짓는 단백질 유전자 물질이 많아 남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나든가…. 셋방살이를 하면서 태안 피해주민에게 5억원을 쾌척한 김장훈의 행동 동기가 이미지 메이킹일 거라고 지레짐작한다면 그야말로 이기적인 단정이다.
독신인 그 앞에는 더욱이나 유전자를 남기려고 ‘가족 사랑` 프로그램을 만든 친족선별 가설도, 양쪽 이득을 전제로 행동하는 호혜성 가설도 맞지 않다. 주제넘게 데이비드 스토브를 업고 진화론을 슬쩍 건드려본다. 모든 종(種)이 무자비한 경쟁만 했다면 소수 승자만이 남았을 터. 한데 현대사회로 올수록 이타적 속성이 강조되고, 미래로 갈수록 더 강조될 것이다.
대천해수욕장 공영주차장 무대에 쓰러진 그를 보니 흡혈박쥐 생각이 난다. 흡혈박쥐가 동료에서 피를 게워주는 행위는 미래 보험 성격이 진화한 것. 일벌이 애벌레를 돌보는 것도 자기와 비슷한 유전자를 쉽게 퍼뜨리려는 이기적 전략이다. 그렇지만 진화론적 과정에서 김장훈류(流) 순수한 이타성은 버티기 힘든 불리한 전략이다.
그의 몸짓들은 CD 많이 팔려는 홍보 행위가 결코 아니다. 유혹을 할 때 선심공세 펴듯 자선을 베푸는 ‘짝짓기 심리` 설을 제기한 밀러의 이론도 역시 안 맞는다. 나만 따뜻하게 살자는 세상을 향해 베푸는 그의 기부는 뇌레트라네르스가 말한 본능이거나, 돌연변이일 것이다.
이기심, 이타심으로만 설명 안 되는 사람. 바로 김장훈이다. 나눌 밑천 없어 절절매는 나 같은 사람에게 그는 너무 이타적이어서 이기적이다. 그를 유심히 보면, 너는 누구에게 천 원 한 장 쥐어준 적 있느냐고, 행동하지 못하는 관성에 태클을 거는 강렬한 눈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것이 느껴진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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