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한남대 총장 |
얼굴은 각 사람의 간판이다. 한 겨울 추위에 외투를 입고 장갑과 양말을 착용해도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사람은 없다. 자기의 간판이기 때문이다. 사는 대로 생기는지 생긴 대로 사는지는 모르겠으나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몸값의 70퍼센트는 얼굴값이란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에이브러햄 링컨도 나이 40세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된다고 강조했을 것이다.
얼굴에 두 격이 있어 천격(賤格)과 귀격(貴格)으로 나누어진다. 천격에는 세 얼굴이 있는데, ① 욕심이 가득한 탐안(貪顔), ② 분노가 서려있는 진안(嗔顔), ③ 앞뒤가 꽉 막혀 어리석은 치안(痴顔)이 그것이다. 귀격에도 세 얼굴이 있는데 ① 이어령씨 처럼 지성적인 지안(智顔), ② 이수성씨 처럼 사람 좋아 보이는 호안(好顔), ③ 최태진씨 처럼 즐거움과 기쁨이 넘치는 낙안(樂顔)으로 구별된다. 예부터 생긴 대로 살기 때문에 “얼굴값을 한다.”느니 “얼굴 보면 모르냐?”는 말이 가능했던 것이다.
사람의 얼굴에는 인격미와 지성미가 풍겨 나와야 좋은 것이다. 미인박명 이라든지 얼굴 미워 소박맞는 일은 없다는 말은 용모와 관계있는 말이다. 물론 이목구비가 좌우대칭으로 상하균형을 이뤄 적재적소에 올바로 위치해야 미인ㆍ미남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하학적 위치나 크기만으로 대장부가 되거나 요조숙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균형을 맞춰 우아하고 후덕한 모습을 풍겨야 부잣집 맏며느리감이 되는 것이다.
지난 6월 하버드 대학의 졸업권설을 맡은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나는 미혼모에 노숙자였으며 이혼까지 했었다. 그렇게 삶이 바닥에 닿으니 정말 인생에서 중요한 게 뭔지 알게 됐다. 절망의 순간 나에게는 딸과 오래된 타자기, 생명과 상상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 절망 때문에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고 술회했다. 당당하게 자신의 과거를 공개하는 그의 태도에 경의를 표한다. 당당하고 멋있기에 웃을 만한 것이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가장 많이 웃는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도 더불어 살면서 웃음을 누리기 위한 지혜이다.
중국의 후한서에는 “高樹靡陰 獨木不林”(위로만 크는 나무는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혼자 서있는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이란 말이 나온다. 오늘날, 모두 제치고 나만 혼자 가려는 사람들에게 주는 충고다. 우리나라 사람은 이를 두고 “單絲不成線”(한 올로는 실을 꼴 수 없다.)으로 표현했다. 새끼줄을 꼬려 해도 최소한 두 줄이 필요한 것이다. 칼이라도 둘이 협력하면 가위가 되듯이 사람들은 서로 협력하면 善을 이루고 웃음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웃고 울려면 상대방이 필요한 것이다.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얼굴의 표정관리를 통해 선한 이웃을 얻도록 하자. 웃음을 통해 사회를 밝게 해보자.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웃에게 봉사할 수 있는 최소의 조건은 편안한 미소를 보내는 것이다.
월요일은 원래부터 웃고, 화요일은 화사하게 웃고, 수요일은 수수하게 웃고, 목요일은 목소리 높여 웃고, 금요일엔 금방 웃고 또 웃고, 토요일은 토실토실하게 웃고, 일요일은 일어나자마자 웃자. 6월 한 달은 눈물과 가슴앓이로 살 수 밖에 없었기에 이제 7월엔 내 고장 청포도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며 서서히 결실의 즐거움을 나누어 보자. 시내 곳곳에서 함께 웃는 얼굴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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