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순욱 정치팀 |
대전시의회의 후반기 의장선거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한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같기도`라는 코너의 유행어가 문득 떠오른다.
현재 시 의장 선출방식인 무기명 투표방식(일명 교황선출방식)은 모든 의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이해관계에 따른 줄서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의 선거진행 상황은 메뉴에도 없는 ‘출마선언`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드러난 후보군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줄서기가 감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쉽게 말하자면 한 의회 내에서 ‘19명의 의원`이 모두 후보라는 주장과, ‘내가` 후보라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물론 정통 교황선출방식을 고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폐단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출마선언이나 후보 검증은 환영할만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선출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음에도 의원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어중간한 방식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공개적으로 의장 출마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한 결 같이 현재의 의장선출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다` ‘의장이 되면 개선할 것이다` ‘그래서 정견발표를 갖는 것이다` 등의 말로 개선 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회가 선택한 것은 ‘개선`이 아닌 ‘변형`으로 교황선출방식의 틀은 벗어나지 못하는 꼴이 됐다. 어떤 면에서는 선출방식이 개선될 수 있는 여지로, 또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후문이지만 어느 의원이 “언젠가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의장 선출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어느새 쏙 들어가고 말았다”며 의회 내 분위기를 전하는데 대뜸 “왜 공론화되지 않았죠?”라고 물을 수 없었던 것은 이미 취재를 통해 개선 의지를 엿볼 수 없었던 기자로서의 자포자기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이번 선거가 이렇게 치러지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긍정적인 해석을 붙여보고 싶다. 2년 후에는 보다 개선된 의장 선출방식이 도입되기를 바라면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