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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IT강국의 빛과 그늘

[시사에세이]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가수원중 운영위원장)

  • 승인 2008-06-30 00:00
  • 신문게재 2008-07-01 20면
  • 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가수원중 운영위원장)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가수원중 운영위원장)
▲ 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가수원중 운영위원장)
▲ 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가수원중 운영위원장)
디지털 시대의 문화 충격은 이미 곳곳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여 년 전 서구사회를 휩쓸었던 산업 혁명이 근대 사회의 진입을 촉발했던 것처럼 21세기는 분명 ‘디지털’이 대세다. 이처럼 빛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문명의 발전은 미래에 대한 섣부른 예측조차 두려울 정도로 가늠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의 이러한 시대적 요청은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며, 그로 인한 현대인의 삶 또한 새로운 방식을 요구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IT, 즉 정보 기술이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가장 확실하게 자리매김해 주는 주요한 전략 산업이 되었음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짧은 기간 내에 경제 성장을 한 동력이 한국인의 근면과 축적된 지식이 기반이 되었음도 정평이 나 있다. 정보 기술의 눈부신 발전 중에서도 특히 우리 사회에서 그 변화의 양상을 가장 손쉽게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인터넷이 아닌가 한다.

우리 생활에 빠르게 진입하여 이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된 인터넷은 마법 상자와도 같은 마력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높은 기술력과 함께 널리 보급되어 있는 초고속 통신망은 세계의 유수한 선진국에서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을 정도로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속도의 강박 혹은 소통의 욕망이 빚어낸 결과, 우리는 정보와 소통의 천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봇물처럼 터진 사회 각계각층의 의사소통이 때로는 도를 넘어 선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소통 부재의 시대를 온몸으로 체험했고, 독재 권력에 적잖은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었던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의 등장은 복음과도 같은 존재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불과 이십여 년 전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했던 정치권력의 전횡을 상기한다면 지금 이 시대는 분명 축복의 시대임을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좀더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인터넷 문화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 분야에 관심이 지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과 열의는 정치적 패턴의 다양화를 이끄는 모습으로 커다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02년 대선의 가장 큰 수혜자가 인터넷을 근거로 한 세력의 결집을 이루어냈던 노무현 전대통령이라는 사실은 가장 대표적인 방증의 사례로 손꼽히고 있지 않은가! 현대 정치의 근간인 대의 민주주의가 직접 민주주의로 변화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대단히 의미가 크다. 다만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저급한 정치 문화로 변질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진통을 겪고 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겪는 일상은 평온하지만, 인간과 인간, 이념과 이념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은 또다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밤이 되면 촛불을 켜고, 각목과 방패가 어수선하게 난무하는 오늘도 20여 년 전 화염병과 최루탄이 어수선하게 난무했던 그 날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관대함이나 따뜻한 시선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은, 희망의 세기라던 21세기를 부끄럽게 하는 이 시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IT강국의 자부심을 자랑하던 대한민국은 오늘도 수많은 악성 댓글과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독설로 가득 채운 인터넷으로 진저리를 칠 것이다. 다양하고 건전한 의견의 개진이 이루어져야 할 온라인이 이런 하수구 문화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배출이 아닌 배설이 될 수밖에 없다. 진정 대한민국이 IT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합리적 사고와 도덕적 자정작용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우리에게 더 이상 축복이 아닌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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