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 지사장 |
1위 취리히에 이어 싱가폴 32위, 도쿄 35위, 홍콩 70위, 타이베이 84위의 순이란다. 치안이나 경제여건, 교육 등 삶의 질을 지표로 한 만큼 그 도시의 경쟁력을 의미한다고 볼 때 세계 10위권에 근접한 경제규모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다.
이미 서울은 물가가 뉴욕, 도쿄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에 생활이 어렵기로 손꼽힌 지 오래다. 천문학적 투자로 지하철 9호선 개통을 앞두고 있지만 출퇴근 시의 북새통 현상은 변함이 없다.
수십 층 주상복합건물이 즐비한 강남 일대에서는 차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실수고, 주말 교외나들이도 여전히 힘겹다.
6백년 고도에 남아 있는 고궁은 몇 개에 불과하고 명산과 큰 강을 끼고 있음에도 도시 전체가 아파트 일색이다. 오죽하면 프랑스의 기소르망이 ‘볼품없는 도시`라고 일축했을까.
서울을 감싸고 있는 경기도도 매한가지다. 판교에서 평택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아파트 숲 일변도다.
그럼에도 GDP의 16%를 차지한다는 건설업계를 대변하듯이 앞으로 10여개의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으니 기가 찰 뿐이다.
도대체 스펀지처럼 지방민들을 계속 흡수해서 무얼 어쩌자는 것인가. 이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경제력의 7할 이상이 집중되어 있지 않은가.
답이 없는 이런 형국에서 벗어나고자 지난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다분히 정치적 계산도 있었겠지만 파격적이고도 대범한 계획으로 발표 초기 많은 찬사와 수긍을 받지 않았던가.
그러나 충분한 사전 준비 및 홍보 부족 현재의 이해를 앞세운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극심한 혼란에 휘말렸다.
단기적으로 행정수도 투자가 선행되다 보니 수도권 위축이라는 착시현상에 매몰된 느낌이나 분명히 할 것은 과밀현상 억제를 통한 수도권의 경쟁력 제고가 우선이라는 점이다.
다만 나라의 중심부이자 지리적 하한선인 충청권이 행정수도로 낙점되다 보니 최대수혜지역으로서 주도적 입장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지난 17대 국회기간 중 세종시설치법 제정 실패에 이어 최근 일련의 정부 움직임에 대해 많은 의구심과 근거 없는 패배주의 무관심이 이 지역에 널리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한 때 3만명에 육박했던 행복도시청 홈페이지 설문조사 방에는 최근 2년 조사실적도 없을뿐더러 참가자도 수십 명에 불과하다. 실제로 행정수도 논의는 제대로 된 토론이나 검증보다는 정치적 이해와 일부 여론의 선동에 떠밀려 온 느낌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행복청의 신설을 포함 엄청난 투자가 진행된 사실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대의명분을 앞세워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일정부분 질시와 무관심으로 대했음직한 타지역 도민들의 협력을 도출하려는 노력을 치열하게 전개해야 할 것이다.
행정수도이전에 이은 지역활성화는 단지 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수도권 자체를 포함한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다.
행정수도가 이처럼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전제로 하는 만큼 그 논리적 타당성이나 명분은 충분하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서둘러 지역민심을 추스르고 정치력을 결집하되 당당하게 지역활성화 논쟁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정치평론가인 명지대 김형준교수는 사석에서 지역활성화야말로 우리 시대 마지막 남은 민주화 대상일지도 모른다며 사회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토록 중요하다는 ‘경제` 자체도 어쩌면 실체가 아닌 그림자일지 모른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모든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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