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길 대전시 푸른도시사업단장 |
이제 숨고르기의 시간이다. 어디에 무슨 나무를 얼마나 심었고,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야할 것인지 등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더불어, 가을철 나무심기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할 때다. 이러한 일상의 일들과 함께 나무심기의 의미를 새롭게 되짚어 보는 것도 뜻있는 일이리라.
먼저, 나무심기를 통한 도시의 “멋내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무심기만큼 도시의 “멋”을 가꾸는 유용한 수단이 또 있을까? 우리 대전도 지역마다 특색 있는 나무심기를 통해 도시의 멋을 창출해가고 있다. 유성의 이팝나무, 동구와 대덕구의 왕벚나무, 중구의 소나무들이 그 역할을 맡았다. 한밭대로를 비롯한 넓은 도로의 중앙분리대에는 배롱나무, 둥근 소나무, 이팝나무들이 자리 잡아 아스팔트 위에 푸름을 수놓았다. 한밭수목원, 정부청사, 유성 시민의 숲에서는 대전 시민의 쉼터인 대단위 도시 숲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이밖에도 선홍빛 영산홍을 비롯한 각양각색의 꽃나무들이 우리 대전을 숲 속의 전원도시로 새롭게 바꾸어가고 있다. 나무와 꽃으로 단장하는 우리 대전의 멋내기는 앞으로 추진될 창조도시 만들기와 더불어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나무심기의 “얼”은 또 무엇인가?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단순히 나무만 심는 것은 아니다.
“나무와 함께 우리의 꿈을 심고 희망을 심는다.” “나무와 함께 우리의 추억과 미래와 행복을 심는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나무심기의 또 다른 목표다.
생명의 나무와 우리의 “얼”, 우리의 “정신”을 함께 심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함께 미래의 꿈과 희망을 심었고, 부부가 함께 사랑과 추억을 심었다.
가족과 함께 행복을, 스승과 제자가 더불어 감사의 마음을 심기도 했다. 나무심기에는 이렇듯 우리가 간직하고자 하는 소중한 마음들이 함께 담겨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을 빼놓을 수 없다.
“나무는 훌륭한 堅忍주의자요, 고독의 哲人이요, 安分知足의 賢人이다.” 수필가 이양하의 말이다. 참고 견딜 줄 알고, 분수에 만족할 줄 아는 나무의 가르침을 설파한 비유이다. 나무는 어떤 환경에서도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면서 제 갈 길을 간다. 봄엔 싹을 틔우고, 여름엔 꽃을 피우고, 가을엔 단풍으로 물든다. 그리고 겨울엔 휴식을 취하며 또다시 다가올 생명의 봄을 준비한다.
말없이 우리들 곁에 서서 변함없는 삶의 이치를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나무심기를 통해 배운 더없이 소중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얼마 있으면 우리 푸른도시사업단이 푸른도시과로 이름표를 바꿔 달게 된다. 나무에 관한 자작시로 그동안 나무심기의 중심에 서서 열정을 살랐던 감회를 대신하고자 한다.
마술처럼 꽃을 피워 세상을 깨우고/ 싱그런 잎새 아래 뭇 생명을 돌보다가/ 탐스런 열매 맺어 돌려주고 나면/ 잎새의 무게를 미련 없이 내려놓는다.
나무는 몸통을 드러내고/ 가지는 허공을 쥐고 있을 뿐/ 떨쳐버린 잎새들을 아쉬워하지 않는다./모진 바람과 같이 울고 거센 눈보라를 다독이면서/ 나무는 또다시 마디마디에 생명의 새순을 키워 낸다./ 언제나처럼…//(나무여, 나무여)
아무쪼록 나무심기가 우리 대전의 “멋과 얼”을 살리고, 창조도시로 나아가는데 큰 몫을 담당해 나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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