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의병과 포르노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밖]의병과 포르노

  • 승인 2008-06-25 00:00
  • 신문게재 2008-06-26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제자백가는 전국시대에 활약한 모든 선생[諸子]들의 수많은 학파를 총칭한다. 유가, 도가, 음양가, 법가, 명가, 묵가, 종횡가, 잡가, 농가…. 여기에 소설가가 부록으로 덧붙여져 있었다. 말석에 낀 소설가는 놀랍게도 2000년 넘도록 살아 있다. ‘쇠고기 고시`를 둘러싼 촛불 현장에서도….


소설가는 살아서 작품활동만 아니라 민감한 사회 현안에 한마디 툭툭 던지기도 한다. “불장난 너무 오래 하면 불에 덴다”며 “촛불집회 진압하는 의병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작심하고 선언한 이문열 소설가는 대표선수 격이다. 청소년의 집회 참여를 포르노 영화관 데려가기에 비유한 조갑제 논객도 소설가 기질이 다분하다.

왜 하필 의병인가. 의병은 국가 위란 상황에 조정의 명이 없이 일어난 자발적인 백성의 군대다. 이렇다할 배후는 없었다. 삼국시대 안시성 싸움 등과 고려의 대몽 항쟁, 조선조 임병양란(壬丙兩亂) 의병, 구한말 항일 의병전쟁이 대개 그렇다.

의병이 국가를 위해서만 일어섰느냐. 창의(倡義) 동기에 나라와 임금을 위하는 근왕(勤王)을 표방은 했지만 그에 먼저 내 가족과 재산을 구하고자 했다. 나와 내 자녀의 건강을 염려해 처음 촛불을 든 것과 닮았다. 의병들이 내 고을, 내 농토의 영역을 좀체 넘지 않고 향토방위만 주로 전담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 나라를 위한 분연한 봉기라는 것은 집권층에 의한 상징조작 요소가 강하다.

의병과 의병장 사이는 썩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로 이해 일치, 즉 지키려고 한 마을과 마을의 확대 개념인 나라가 분리되지 않았기에 뭉쳤다. 자신들을 책임지지 않은 임금을 대신한 자위적 측면이 크다. 의병활동으로 덕 본 계층은 임금과 의병장을 포함한 지배계층이었다.

그러면 촛불 시위 수혜자는?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 현장을 보며 민심을 깨달았을 대통령? 대미 협상이 꼬일 때면 “이게 과학적으로 설명되느냐”며 촛불시위 사진을 내밀었다는 통상교섭본부장? 아니, 온 국민이 수혜자여야 한다.

집권 세력의 필요에 따라 의병은 난민이 된다. 시위대가 “(공권력) 놀아줘”라며 비웃고, 폭력 양태로도 번지면 도적떼나 반란에 합류한 의병집단의 경우처럼 획득한 정당성까지 무력화된다.

보다 긍정하는 시선에서는 먹을거리 주권을 의제로 ‘촛불잔치`를 벌인 군중이 오히려 의병 같다. 화석화된 대의(代議) 민주주의, 공화주의 회복 내지 발견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고라도 긍정의 평가가 압도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제 촛불을 끄자는 여론이 절반을 넘어섰다. 의병이 그랬듯이 촛불의 끝을 좌우하는 것 역시나 민심.

그 누가 ‘포르노`라 하건 말건, 구술문화를 주도하는 네티즌은 돗자리만 안 깔았지 소설가 피를 이었을시 분명하다. 돌고 돌아 백가쟁명(百家爭鳴), 골목골목 제자백가가 키 재기를 하는 시대에 소설가가 그 홀로 촛불을 끌까. 의병장을 자처하지 않겠다면 말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