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한]꺼지지 않는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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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한]꺼지지 않는 불

[목요세평]이요한 목원대총장

  • 승인 2008-06-25 00:00
  • 신문게재 2008-06-26 20면
  • 이요한 목원대총장이요한 목원대총장
▲ 이요한 목원대총장
▲ 이요한 목원대총장
인간의 마음속에는 꺼지지 않는 하나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때로 마음속에 타고 있는 이 불길을 꺼버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노력하나 마음대로 쉽게 꺼트리지는 못하는 듯하다. 아니 꺼버리려고 하면 할수록 마치 불 위에 휘발유를 붓듯이 그 불길은 더 강력하게 타오르려고 한다.

이 불길의 크고 작음에 따라서 인간들의 운명이 갈라지기도 하며 때로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치다가 병이 나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파멸을 경험하게도 된다. 이 불길의 이름은 무엇일까? 바로 욕심이다. 우리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도 쉬지 않고 타오르는 욕망의 불길 말이다.

욕망의 불길은 결코 꺼지지도 않고 잠을 자지도 않는 듯하다. 세상에 태어날 때는 그 불길의 크기가 매우 작았으나 나이를 먹을수록 더 광범위하게, 더욱 뜨겁게 우리들 가슴속을 태우고 있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도 이 불길은 꺼지지 않는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인간이 잠을 잘 때 경험하는 꿈들은 바로 꺼지지 않는 욕망들의 반사된 모습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에 사막의 기후인 캘리포니아에서 오랫동안 산 적이 있다. 지금도 가끔 뉴스에서 보곤 하지만 캘리포니아엔 산불이 자주 난다. 비가 별로 오지 않는 지역이기에 한 번 붙은 산불은 쉽게 거질 줄 모른다. 때로는 불을 끄던 소방관들이 산불에 타 순직하기도 한다. 그러나 며칠이고 계속 타던 산불도 결국은 꺼지고 만다. 소방관들의 집중된 노력과 현대화된 소방기구의 도움으로 미친 듯 타오르던 불길도 결국은 소리 없이 소멸 되어버린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욕망의 불길은 아무리 진화 시켜보려고 해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 꺼질듯 하다가는 다시 타오르고 잠을 자는 듯 하다가도 갑자기 내 존재를 전부 다 태워버릴 듯 뜨겁게 타오르곤 한다.

이 욕망의 불길은 우리들의 삶 속에 대부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많은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비극으로 끝나버리는 근본적 원인은 대부분 우리 속에서 감추어져 있는 욕망의 불길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던 결과이다. 이 불길을 따라 이리저리 헤매이다 보면 바로 가야할 길을 잃어버리고 개인적인 이기심의 늪에 빠져 사랑해야할 이웃을 공격하게 된다. 이 불길은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양각색의 충돌과 싸움과 전쟁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나는 요 사이 내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의 일들로 해서 슬픈 경험을 겪었었다.
내용인즉, 종교인들 가슴 속에 타고 있는 욕망의 불길들이 일반인들보다 때로는 더욱 강하게 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종교인들 가운데서도 일반적으로 평범한 신자들보다는 지도자들 속에 더욱 강한 욕심과 욕망의 불길이 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디 종교인들뿐인가.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진리를 추구하고 삶의 성숙을 위해 쉬지 않고 자신의 삶과 주위를 바라보며 끊임없는 반성을 계속해야 하는 지식인들의 내부에도 보통의 범인들보다 더 강렬하고 더 복잡한 욕망의 불길이 저들의 내부에서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사회 속에서 가장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로 채워져야 할 교회당, 사찰 및 대학사회에 욕망에 눈이 어두워진 사람들로 더 많이 채워져 있는 듯하다. 평범한 이 땅의 범인들과 학생들이 찾아가서 슬픔과 고통과 목마름을 호소할 곳은 과연 어디일까.

내 속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느껴본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내 속에는 꺼지지 않는 욕심의 불길이 느껴지고 보여 진다. 내가 이 세상에 온 이대로 이 나의 욕심 때문에 주위에 있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을까. 앞으로 사는 동안 나는 주위의 이웃들에게 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고 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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