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까칠하게 까발리는 세상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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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까칠하게 까발리는 세상사 이야기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단편 모음집 거짓말이 직업인 주인공의 진정성 찾기

  • 승인 2008-06-24 00:00
  • 신문게재 2008-06-25 11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지금 소설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정이현, 그녀의 소설은 기성세대의 소설에서 나타난 여성상도 아니고, 새로운 세대라고 얘기하던 공지영, 신경숙의 작품에서 보이던 세련된 면도 없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여성독자들에게 엄청난 공감대를 형성하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 분명히 있는데 아리송하다. 무엇이 정이현이라는 새롭게 출현한 작가가 주목을 받는지 이 책 <오늘의 거짓말>을 통해서 알아보자.

정이현씨의 작품은 뭔가 모르게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우리가 드라마에서 봐오던 신데렐라같은 주인공도 아니면서, 우리 주변의 30대 아줌마, 올드미스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면서 옆집 아줌마, 옆집 누나같은 느낌을 받게 만드는데, 이것이 정이현의 매력이다.

정이현은 1972년 서울 출생으로 성신여대 정외과 졸업후 여성학과 수료, 서울예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2004)을, 단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2006)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낭만적 사랑과 사회』(2003)가 있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폭발적인 인기 속에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정이현의 첫 장편소설이며, 현재 소설 베스트 1위에 올라있으며, 매주 금요일 TV드라마를 통해서도 만나볼수 있다. 도시적 삶의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2,30대 젊은 여성들의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킨 작품으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 앞에 선 사람들의 풍경을 경쾌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냈다.

이효석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한국문학의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정이현이 '까칠하게 까발리는' 세상사.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모두가 모른 척 해왔던 바로 그 이야기. '바로 내 이야기야' 라고 무릎을 칠만한 이야기가 뜨끔하게, 그리고 경쾌하게 펼쳐진다.

<오늘의 거짓말>은 단편 모음집으로 그 중 <삼풍백화점>은 벌써 우리의 기억에 가물가물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당시, 일반 백화점 규모의 4배에 해당하는 규모에 단일매장 매출 1위를 자랑하며 최고 명품만 취급하던 백화점의 붕괴로 500여명이 사망했던 이 사고를 정이현은 새롭게 부각시킨다.

여주인공은 부모님의 도움으로 대학을 졸업하고도 영어공부한다며 용돈을 타서 생활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삼풍백화점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고등학교 동창을 만난다. 그 때부터 학원에 간다고 집을 나서서는 친구가 일하는 매장에 놀러가고 친구가 퇴근하면 친구 자취방에서 노닥거리다 집에 오는 한가한 생활을 한다.

그러다가 친구가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하나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러니 매장을 봐달라고 부탁을 해서 매장을 봐주다가 손님과 마찰을 일으켜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삼풍백화점을 나와 다시는 연락을 하지 못했고, 삼풍백화점이 붕괴 되던 날 친구는 보지 못하고 붕괴직전 10분전에 백화점을 빠져 나온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고 주인공은 싸이월드의 사람찾기 기능에 들어가 친구의 미니홈피를 찾다가 친구와 얼굴이 비슷해 보이는 서너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를 발견한다.

그 아이가 친구의 딸이기를 빌면서 고향이 꼭, 간절히 그리운 장소만은 아닐 것이며, 그곳을 떠난 뒤에야 이 글을 쓰는 자신을 탓한다. 이 작품은 이효석문학상 수상집과 현대문학상 수상집에 실려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그리고 <오늘의 거짓말>이라는 단편에서는 거짓말을 통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출근해서 남의 주민등록증과 이름으로 아이디를 만들어 상품 후기를 거짓말(!)로 작성하는 주인공은 결국 머니를 벌기 위해 거짓말로 산다. 하지만 자신의 거짓말을 믿고 러닝머신을 산 윗집에 사는 그분은 누군가를 너무 닮았다.

그 분은 너무나 조용하다는 댓글을 보고 러닝머신을 구입해 밤마다 러닝머신위를 달린다. 너무나 시끄러워 그 분을 만나 조용히 해달라고 하는데 그 분의 얼굴이 누군가와 너무도 닮았다. 골똘히 생각해 보니, 그 누군가는 1979년 7월 7일 사망한 박정희 대통령이다. 정말 그분이 그분인지. 스무 개도 넘는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하는 직장을 그만 두는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이디로 러닝머신의 진정한 리뷰를 작성한다.

고요하지도 적막하지도 않습니다. 지금 만약 달리고 싶다면 아래층의 누군가를 잊지마세요. 당신의 땅이 누군가의 지붕일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노인에게 편지를 쓴다. 물론 부치지 않을 편지지만 주인공은 묻는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나는 왜, 당신이 아직도 여기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왜.” 주인공은 그간의 거짓말을 접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녀는 1979년 7월 7일생이며 1979년 7월 7일생의 불완전한 거짓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그녀의 소설은 재미있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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