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환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
심사는 현지답사에 이어 몇 단계의 예비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당선작을 압축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건축적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건축전문가들의 논의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공연장의 가장 중요한 주인인 연주자와 관객의 입장에서 응모작품을 판단하지 않았다.
나는 드레싱룸의 배치를 비롯한 출연자의 입장에서 본 무대 뒤의 구조를 집중적으로 검토하였고, 선정될 공연장은 겉모양만 그럴듯하면서 내부적으론 예술적 마인드가 결여돼 연주자들의 원성을 살 또 하나의 그저 그런 공연장이 되지 않아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마침 심사위원장으로 선출된 모 대학 건축과 교수가 ‘자신이 하려던 말을 미리 해주었다’며 나의 의견에 적극적인 동조를 해주었다.
그렇다면 좋은 공연장이란 무엇일까? 우선 연주가 이루어지는 순간의 울림, 뉘앙스, 색채와 여운이 온전히 표현될 수 있는 홀의 음향적 조건을 꼽을 수 있다. 장르별로 요구되는 적절한 잔향은 공연장이 갖추어야할 필수 요소다. 또 다른 중요한 것은 바로 연주자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편안히 연주를 준비할 수 있는 무대 뒤 편의시설이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는 편의시설은 곧 그날 연주의 성공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출연자 대기실은 단순히 대기하고 연주복으로 갈아입는 탈의실이 아니라, 연주자의 긴장감을 풀거나 연습 및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값비싸고 화려하게 꾸미자는 말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 연주자가 리허설 중간 중간에 비스듬히 눕거나, 다리를 뻗어 쉴 수 있는 소파의 배치나 세면 시설 구비 같은 소박하면서도 연주자의 필요와 요구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연주자의 동선을 최적화하여 연주자의 적당한 긴장도가 무대 위까지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공연장의 조건이다. 그 외에도 관객을 배려한 매끄러운 티케팅 시스템, 물품 보관소나 탁아시설, 간단한 음료 섭취, 충분한 화장실 등의 편리한 시설역시 필수적이다. 공연장 로비 역시 잡다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취향’있는 공간으로 꾸며져야 하겠다. 관객들은 이 공간의 품격있는 분위기를 즐기고, 자신이 그 시간만큼은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설적인 부분 외에 훌륭한 인적자원도 좋은 공연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절대적 요소다. 기획에서부터 홍보, 마케팅에 이르는 연주외적 흐름과 무대 위에서의 매끄러운 진행을 위한 숙련된 스태프, 기술자들의 보유는 좋은 공연장이 갖춰야할 당연한 부분이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을 이러한 좋은 공연장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이해와 투자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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