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에다가 고유가 여파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대기업들의 배만 불릴 수 있는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방침, 화물연대 및 건설기계노조의 파업에 따른 공사 차질 등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체 경영자들은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아예 사업을 접고 싶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한 지경이다.
A건설업체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단 한건의 공사도 따내지 못해 몇몇 직원들을 어쩔 수 없이 내보냈다”며 “지금도 그 직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 업체들은 사업 추진을 하지 않고 시장 상황만 주시한 채 꼼짝하지 않고 있다.
설령 공사입찰이 나오더라도 경쟁이 심해 수주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는 푸념이 입버릇 처럼 나온다.
다만, IMF 당시에는 갑자기 닥친 위기상황이어서 부도업체가 급증했지만 최근에는 서서히 악화돼 업체들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체감경기는 IMF 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택건설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B업체는 최근 미분양 대란에 따라 모든 사업추진을 보류하고 긴축경영을 펼치면서 시장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공급이 넘쳐나는데 수요가 뒤따라 주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을 계속할 순 없지 않느냐”면서 “경제 상황에 너무 침체돼 있어 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최저가낙찰제의 확대 시행 방침에 따라 지역 중소건설업체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대기업과의 경쟁 자체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보니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는 게임의 승부가 정해져 있는 셈이다.
자금력, 기술력, 경쟁력 등 게임에 필요한 요소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훨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원유가 급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가 화물연대와 건설기계노조의 파업이 겹치면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원자재 가격 때문에 공사를 하더라도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것이다.
김만구 대한건설협회 대전시회 사무처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밥그릇은 따로 있는 만큼 서로의 영역에서 상생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보호대책을 통해 중소건설업체들의 활성화를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며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야 경제 활성화 기틀이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joongd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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