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이”라고 ‘선출된 왕`을 부를 수 있는 사람, 이때의 ‘형님`은 단순히 ‘형`의 높임말에 머물지 않는다. 형님으로 인해 일개 가문을 떠나 여권 전체와 나라가 시끌벅적하다면 형제는 정치적 결별을 서둘러야 옳다. 예산 대흥면의 의좋은 형제처럼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해야 대통령 형제의 본모습은 아닌 것이다. 동생이 물리기 전에 형님이 물러나 성공을 기원해야만 더 형님다운 태도다.
형님 자신이 언젠가 눈물로 고백했듯이 대통령의 형님은 평범한 위치의 평범한 형님이 아닌, 모든 형님 이상의 형님이다. 대통령인 동생과의 공사간 만남 자체만으로 정치 개입과 비선(秘線) 논란을 일으킨다. ‘형님`을 ‘통`했건 안 ‘통`했건 만사‘형(兄)`통이라 비꼬지 않은가. 때가 때인지라 호방한 양녕대군 생각이 자주 난다.
대통령의 형님도 임금님의 형님 같은 감동의 한 끝을 보여줘야 한다. 형님권력의 2선 후퇴는 비서관 몇, 장관 몇몇 경질보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회심의 빅카드다. 인적 쇄신의 간판을 고소영, 강부자에서 명세빈(명확히 세 가지 빈약한 인물, 비(非)영남-비고려대 또는 비소망교회-재산 30억원 이하)으로 겨우겨우 바꿔 달았음에 국민은 다시금 실망한다. 쿵덕, 앞집 떡 치는 소리에 멀쩡한 분이 김칫국이나 들이켜는 게 쇄신인가. 동생 대통령(MB)은 도덕적 채무(Moral Burden)의 등짐을 잔뜩 졌는데 형님은 “나는 아직 돌도 씹어”라며 천만년 버틸 작정인가.
아니라면, 형님이시여! 단지 대통령 형님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의종군 사유가 되고 남는다. 모순이면서 모순 아닌 결론이다. 부분이 틀려도 전체를 보아 옳을 때가 형님 퇴진의 케이스다. 그릇 파는 홈쇼핑 아줌마가 일러준 말이 있다. 그 밥에 그 나물일 땐 그릇을 바꿔 보세요. 퍼뜩 스치는 한 줄의 명언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