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발로 쓰는 만국 언어가 된 축구지만 처음은 순조롭지 않았다. ‘누구도 축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제임스 1세의 법안은 초창기 설움을 대변한다. 폭력 성향을 가진 자들의 놀이(제임스 월빈)라는 질시(疾視)도 있었다. 이 모두를 딛고 정치적, 이념적 잠재력을 지닐 만큼 컸다. 제프 헤어베르거 감독의 ‘명언`처럼 확실히 ‘공은 둥글다`. 강팀이 이길 확률 속에 언제고 이변이 기다린다.
“이 신사적인 오락의 매력은 전쟁의 축소판이라는 점”이라는 145년 전 ‘계간 노동력 조사`의 서술은 그것이 군사문화 잔재가 아니라는 한 증거다. 며칠 전 FC서울이 FC도쿄와 친선경기를 펼쳐 막상막하의 무승부를 기록해서인지 아무튼 이 제목이 와 닿는다. 인천 유나이티드도 감바 오사카와 맞붙어 1-1 무승부를 기록, 상대 전적 1승1무1패로 균형을 맞췄다.
“경기의 끝은 곧 경기의 시작이다.” 헤어베르거는 이런 말도 남겼다. K리그와 J리그의 자존심을 건 대전-고베전(戰)에 딱 맞는 경우다. 축구는 나라간 대리전 성격도 갖는다. 공을 미사일로 치환시켜 관전하면 그대로가 전쟁이다. 앙숙이던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가 월드컵 예선을 계기로 실제 전쟁까지 벌인 묵은 역사는 다시 들추지 말자. 경기장의 국가주의, 국가적 동일시 의식을 빼고 보면 대전과 고베 두 도시의 외교적 도구도 된다. 둥근 공의 마력이다.
손자병법에서 전쟁의 상지상(上之上)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승리 지상주의는 스포츠의 역기능이다. 그러나 공은 둥근데, 안 싸우고 무슨 수로 굴복시키는가. 월드컵 8강 신화에 빛나는 한밭벌로 친선 원정(遠征, 전쟁 용어다!)을 온 빗셀 고베를 물리쳐야 한다. 토요일(21일) 오후 6시,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직접 찾아 축구공이 정말 둥근지를 생생히 눈앞에서 확인하기에 절호의 기회다. /최충식 논설위원
□ 최초의 축구협회 규칙(1863)
1. 경기장의 최대 길이는 200야드(1야드=0.914m)이고 최대 넓이는 100야드이며, 경기장의 경계선은 깃발로 표현한다. 그리고 골문은 두 개의 기둥을 세워 표시하고, 그 폭은 8야드이며, 끈이나 막대를 가로지르지 않는다.
2. 동전을 던져 골문을 결정한 다음, 진 쪽이 경기장 중앙에 공을 놓고 차면 게임이 시작된다. 공이 킥오프될 때까지 상대편은 공의 10야드 이내로 접근할 수 없다.
3. 골을 먹은 팀에게는 킥오프 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고 골이 날 때마다 골문을 서로 바꾼다.
4. 골이 골대 사이를 통과하거나 골대 사이 공간(높이는 상관없다)을 넘어가면 골로 인정하며, 던지거나 들고 가거나 손으로 치면 안 된다.
5. 선수들이 공을 터치하면 먼저 터치한 선수가 공을 들고 경계선 밖으로 나가 경계선과 직각 방향으로 공을 던진다. 그리고 공이 땅에 닿기 전에는 차면 안 된다.
6. 한 선수가 공을 찼을 때, 상대편 골라인에 가장 가까이 있는 같은 편 선수는 공을 건드릴 수 없으며, 다시 플레이할 수 있을 때까지 다른 선수의 플레이를 어떤 식으로든 방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골라인 밖에서 공을 찰 경우에는 모든 선수가 플레이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7. 공이 골라인 밖으로 나갈 경우, 그쪽 골대에 속한 선수가 먼저 공을 터치하면 반대편 골라인에서 프리킥을 할 권한을 준다. 만약 상대편 선수가 공을 먼저 터치하면 공이 터치된 지점의 반대편 골라인으로부터 15야드 떨어진 지점에서 골대를 향해 프리킥할 권한을 주고, 그가 킥을 할 때까지 상대편은 골라인 안쪽에 선다.
8. 선수가 페어캐치를 하고 곧바로 발뒤꿈치로 그 지점을 표시하면 프리킥 권한을 준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뒤로 물러섰다가 킥을 할 수 있으며, 그가 킥을 할 때까지 상대편 선수들은 그 표시를 넘어서면 안 된다.
9. 공을 들고 뛰면 안 된다.
10. 다리를 걸거나 정강이를 걷어차서는 안 되며, 손으로 상대를 붙잡거나 밀어서도 안 된다.
11. 손으로 공을 던지거나 동료에게 패스하면 안 된다.
12. 인플레이 상황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손으로 땅에서 공을 집어들면 안 된다.
13. 튀어나온 못이나 철제 갑옷을 착용해서는 안 되며 신발 밑창이나 뒤꿈치에 구타페르카(구타페르카 나무의 수액을 말린 고무질)를 대는 것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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