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서]죽은 제갈량과 싸우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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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죽은 제갈량과 싸우는 사회

[시론]박종서 대전도시개발공사 사장

  • 승인 2008-06-18 00:00
  • 신문게재 2008-06-19 21면
  • 박종서 대전도시개발공사 사장박종서 대전도시개발공사 사장
▲ 박종서 대전도시개발공사 사장
▲ 박종서 대전도시개발공사 사장
촉나라 군대가 죽은 제갈량의 형상을 한 나무인형을 수레에 태우고 나타나자 놀란 사마의는 십 리를 퇴각했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하니 “이미 지난밤에 제갈량의 죽은 것을 모두 알고있었는데 왜이리 놀라 도망갔던가” 하며 부끄러이 여겼다는 이야기는 이천년이 지난 지금도 실체 없는 대상에 대한 공포감을 설명할 때 인용되고 있다.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에 사신으로 가며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넜는데 깜깜한 밤에 들리는 물소리가 마치 전차(戰車)와 전포(戰砲)소리 같아 물을 건너는 것이 전장에 있는 듯 무서웠다며 귀에 들리는 것에만 의지해서 실체를 똑바로 파악하지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열하일기(熱河日記)의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에 적고 있다.

실재(實在)가 확인되지 않은 막연한 두려움이 얼마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허비하게 하는지는 그저 개인의 문제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시행착오로 돌리기에는 국가나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큰 경우도 많다.

이제는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확인된 AI(조류독감)도 같은 선상에서 따져볼 문제다.
익혀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알고 있지만 TV화면을 통해 방재복에 마스크까지 쓴 사람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죽은 가금류를 파묻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의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AI란 질병이 주변에 만연해서 희생자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한데도 우리사회는 실체가 불분명한 유령을 막느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낭비했을 뿐 아니라 양계농가를 비롯해 치킨집, 닭·오리 식당 등 영세상인들의 생계마저 어렵게 만들었다.

어린이와 소풍객으로 연중 가장 붐벼야할 대전동물원도 5월 한달동안 무려 5만명이 예약을 취소하고 발길을 되돌렸다.

대전은 AI가 발생하지도 않았고 대전동물원은 가금류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새장을 유리로 밀폐시켜 사람이고 동물이고 위험에 노출될 위험성이 전혀 없었는데도 말이다.

쇠고기 논란도 마찬가지다. 미국소의 광우병을 걱정하는데 정작 유탄은 한우농가와 식당이 맞아야했다.

미국고기를 안먹게 되면 대체재인 한우값이 올라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경제상식인데 어찌된 일인지 고기집에 손님이 끊기고 수요가 줄어들면서 한우값도 폭락하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빚어졌다.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히는 분들의 순수성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의도와 다르게 야기된 혼돈과 갈등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한다. 결국 그로인한 비용은 우리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우리국민이 갖고 있는 폭발적인 열정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긍정적 에너지로 변화시키는 것은 정부와 지도자들의 몫이다.

일본에서도 우리나와 같은 종류의 AI가 발생했고 중국과 같은 강도의 지진이 있었지만 평온한 일상이 깨지지 않는 것은 정부의 위기대처능력과 사회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세계 열세번째 경제대국이라면 이제 어엿한 성인의 모습이어야 할텐데 30년전, 20년전과 마찬가지로 언제까지 사춘기 소년처럼 성장통을 걱정해야 하는지.

상대는 저만치서 앞서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는 ‘죽은 제갈량`과 싸우며 금쪽같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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