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 (나)를 참고하여 우리 사회에서 ‘영어`라는 언어가 지니는 사회적 의미를 분석하고, (다)를 바탕으로 ‘영어 습득`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문제 및 그 해결책에 대해 논술하시오.
(가)
▲ - MBC 설문조사 - |
(나)
‘기러기 가족`이 늘어나면서 자녀들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 땅에 건너간 어머니들의 한탄이 절로 커지고 있다. “나는 왜 영어를 제대로 못 배웠을까?” 공교육에서 6~8년 동안 영어를 배우고도 ‘벙어리` 신세를 면치 못하는 어머니들은 우리나라 언어 교육의 맹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는 학생들, 외국기업과 거래를 하는 상사 직원들, 외국에 이민 나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첨단 기술과 선진화된 지식을 습득해야 할 기술인들…, 영어를 잘 못해 빚어지는 개인의 손실, 국가적 낭비는 측정할 길이 없다.
언어라는 도구 없이는 정보의 교환은 불가능하다. 소통과 교환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쪽의 언어가 지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미국이 우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굳이 부인할 필요는 없다. 미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국익을 같이 하고 있는 나라, 미국과 거래를 하고 있는 나라, 미국의 영향력이 많이 미치는 나라들이 영어로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공통어`의 대열에 들어가자는 것이다. 영어에 그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언어문화의 전문가도 아닌 가수 신해철씨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발표하자 비아냥조로 미국의 ‘51개주(州)`운운하며 정책을 비판했다. 우리가 우리의 필요에 의해 외국어를 배운다고 우리가 그 나라의 ‘속국`이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다. 영어가 필요 없는 사람까지 ‘강제적`으로 또, ‘몰입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가 배우고 시험 보고 있는 모든 과목들이 반드시 실생활에 필요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말을 지우고 없애면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면 언어의 국수주의는 지극히 해악적이다.
<중략>
지금 세계는 ‘열린 세상`으로 가고 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벽은 쉴 새 없이 무너지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거리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우리라고 문을 닫고 살 수는 없다. 아니, 우리는 더욱 앞장서서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동북아에 묶여 있으면 결국 중국과 일본의 패권주의의 밥이 될 뿐이다. 이때 우리가 우리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무기는 도전정신과 언어능력이다. 지금 세계에서는 언어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자들만이 살아남는다. 그런 세상에 우리 자녀들을 영어의 ‘반벙어리`로 방치할 수 없다.
가수 박진영씨를 보라. 그가 언어에 발이 묶여 한국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그의 재능과 끼는 지금 어디쯤에 묻혀 있을까? 그가 뉴욕으로 나가 세계인들의 음악과 교류할 수 있었기에 그는 한국의 대중음악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적으로 누가 낫다든가 하는 비교를 하자는 게 절대 아니다. ‘박진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신해철`로 갈 것인가. 이것이 이 나라 모든 어버이들이 선택할 문제이며 동시에 한국이 선택할 길이다. - 00일보 000 칼럼, 2008. 2. 10.-
(다)
서울 강남에는 유치원비가 대학 등록금을 훌쩍 뛰어넘는 월 180만 원 대 ‘초고가` 영어유치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해외 영어연수를 가기 위한 수 천 만 원대 ‘계`가 성행하는 등 이상과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7일 학원가에 따르면 한 달 유치원비가 180만원인 서울 강남의 A영어유치원은 3월 개원을 앞둔 4∼7세 신입생 모집에서 경쟁률이 20대 1을 넘어섰다. 이 유치원에 지원신청을 한 김모(36)씨는 “너무 비싼 수강료에도 놀랐지만 지원자가 많다는 것에 더 놀랐다”고 말했다.
월 110만원의 유치원비에 등록비(30만원)와 교재비(40만원)를 합쳐 입학비용이 180만원에 달하는 서울 대치동 B학원도 다음 주 마감인 7세반은 정원이 이미 다 찼고, 5세반만 일부 정원이 남아 지원을 받고 있다. 학원가에서는 월 유치원비가 100만원을 넘는 고액 영어유치원이 서울 강남 지역에만 20∼30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유치원들은 ‘100% 외국인 강사`에 선진국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어 원비가 고가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B유치원 관계자는 “일반 영어학원은 한국인 강사지만 우리는 100% 외국인 강사를 채용해 체육관 수업이나 컴퓨터·퍼즐놀이 등 모든 수업을 1대1 과외식 영어수업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조기 영어교육 열풍은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경남 창원에는 최근 미취학 자녀를 둔 학부모 사이에 ‘초고가 어학연수 계모임`이 유행이다. 한 주부는 “자녀와 함께 미국이나 영국으로 영어연수를 가기 위해 계를 들었다”며 “주로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한 달에 100만원씩 넣는데 한꺼번에 5000만원의 곗돈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영어교육의 이상과열 현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학부모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장안동에 사는 주부 황모(33)씨는 “100% 외국인 강사로 구성된 영어유치원의 경우 부모가 영어를 못하면 아이 선생님과 대화도 못한다”며 “영어를 못하는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다 영어 스트레스까지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털어놓았다. - 00일보 2008. 2. 18. -
[논제 분석 및 출제 의도]
이번 논제는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영어 열풍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유도하는 문제로 한국 사회에서 ‘영어`라는 언어가 지니는 사회적 의미를 분석하고, 과도한 영어 교육 열풍이 불러올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지적한 후, 그 해결책을 생각해 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생들은 먼저 제시문 (가),(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단순한 외국어의 의미를 넘어서서 대학 입시나 취업, 승진 등 경쟁의 관문에서 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도구이자 개인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유용한 수단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나아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막강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지니는 언어로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또한 제시문 (다)를 통해 영어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가 영어 교육 과열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과 특히 사교육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과도한 영어 교육 열풍으로 인해 사회 양극화 현상 및 가족 해체 등 사회문제가 심화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영어가 의사소통 및 정보 교환을 위한 도구로서의 의미를 넘어, 개인의 욕망을 실현하고 사회적 특혜를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해 보고 이에 대한 올바른 수용 자세에 대해 판단해 보도록 유도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학생글]
충남고등학교 2학년 김선준
▲ 김선준 충남고등학교 2학년 |
제시문 (가), (나)는 사회적 차원에서 영어 구사 능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의 언어학자 훔볼트는 언어 습득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언어의 생산은 인간의 내적 욕구이며, 사회적 교제를 위한 외적인 욕구일 뿐만 아니라 인간 정신력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세계관의 획득을 위해서 인간성 그 자체에 내재하는 필수불가결한 욕구이다.”라고 말하였다.
제시문 (가)에 제시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영어 열풍이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려준다. 또한 제시문 (나)는 국제사회에서 영어가 지배적 언어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음을 역설하면서 이제 피할 수 없는 하나의 대세인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어가 의사소통 및 정보 교환의 필수 불가결한 도구임을 정확히 인식하고 영어 구사 능력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제시문 (다)는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영어 교육 열풍이 사회적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사문이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고액의 영어유치원, 수 천 만원에 달하는 어학연수 등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영어 교육 열풍은 빈부 격차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여 영어 능력에 의한 양극화, 이른바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evide)`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기러기 아빠`로 상징되는 가족의 해체를 감수하면서까지 영어교육에 매달리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의사소통의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영어는 세계화와 맞물려 개인적, 국가적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도구로 이제 개인의 선택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 심화, 가족 해체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이에 대한 해결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영어 구사 능력`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획일적인 평가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 비즈니스나 외교 같은 분야에서는 높은 수준의 영어 구사 능력이 필요하겠지만, 영어 능력이 필요 없거나 기본적인 수준의 영어 능력만을 요구하는 분야도 있을 것이다. 분야에 따라 개인의 소질 및 능력을 다양하게 요구하여 분야별 전문성과 창의성을 인정하는 체제로 개편되어야 한다.
즉, 영어를 ‘우리 국민 모두`가 습득해야 할 언어로 인식하기보다는 ‘필요한 사람`이 각자의 ‘목적에 맞게` 습득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영어 교육이 사교육보다는 공교육의 테두리 내에서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때, ‘영어`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과 병폐가 보다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총평]
충남고 교사 강인홍
▲ 강인홍 충남고 교사 |
김선준 학생은 제시문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논제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훌륭한 논술문을 완성하였다. 총 4단락 중 서론에 해당하는 1단락에서는 시사적인 내용을 활용하여 글의 화제를 제시하였고, 2단락에서는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갖는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해 내었다. 3단락에서는 우리 사회가 영어 능력을 과도하게 중시함에 따라 영어 교육 열풍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지적하면서, 사회 양극화 및 가족의 해체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4단락에서는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지나치게 영어를 중시하는 평가 체제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필요한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에 맞게` 영어를 습득해야 함을 역설하였으며, 영어 교육이 사교육보다는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서론에서 시사적인 내용을 활용하여 영어의 지배적인 영향력을 환기시키며 글을 시작한 점이나, 제시문 (가), (나)의 내용으로부터 ‘영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분석해 낸 점 등은 학생이 논제 파악 능력 뿐 아니라 자신의 논리를 효과적으로 전개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2단락에서 독일의 언어학자 훔볼트의 말을 인용한 부분은 문단의 흐름과 긴밀하게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어색한 느낌을 주고 있어 옥의 티로 보인다. 2단락의 경우 제시문의 핵심적 의미를 분석하여 제시해야 하는 부분이므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독자들의 관심을 유발시키며 글의 화제를 제시하고자 할 경우, 또는 주장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고자 하는 경우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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