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비상대책반 가동은 커녕, 피해사례 접수조차 하지 않는 곳까지 있는 등 기업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
17일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과 대전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충남지역본부,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와 건설기계노조 파업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단체들이 기업들의 고통에 사실상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대표적인 경제단체인 대전상공회의소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상의가 하고 있는 일은 큰 기업을 중심으로 동향파악을 하는 수준이다. 본사인 대한상의가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지역에서는 동향만 파악, 보고하고 있다. 자체적인 별도의 대응체계도 없고, 동향파악 역시 현장방문을 통한 실사가 아닌 전화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류와 건설 대란이 심각한 상황에서 18일 창립을 기념, 전직원이 휴일을 보낸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충남지역본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별도의 대책반도 없는데 다, 기업들의 피해사례 접수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산하 조합을 통해 전해오는 동향을 서울 본사에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지역본부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는 게 본부 측의 설명이다.
물류대란의 가장 큰 피해자인 수출중소기업들을 위해 존재하는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도 마찬가지다. 별도의 동향파악도 하지 않은 채 공문을 보내 받은 피해사례를 중앙 본사에 보고하는 게 전부다. 지부에서 독자적으로 하고 있는 건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사례는 단 2건뿐이다.
특히, 17일 열린 지역 수출기업들의 모임인 무역상사협의회에서조차, 물류대란과 관련한 대책이나 의견수렴 등에 대한 내용은 안건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사실은 지부 자체에서 해야할 부분이지만, 못하고 있다”며 “본사에서 모든 걸 총괄하다 보니 지부가 나설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대책반을 가동하고 동향파악과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있는 곳은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날까지 단 3건만 접수되는 등 지역경제 관련 기관·단체들의 소극적인 대응에 기업들이 고유가와 원자재 값 폭등, 파업에 이어 사중고(四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광학렌즈 관련 기업 A 대표는 “지역 경제단체가 예산과 권한이 여의치않아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달라져야 한다”며 “필요할 때만 기업을 찾지 말고 어려울 때 도와줘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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