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식 푸른외과 원장(서구의사회 부회장) |
우리나라의 소를 키우는 축산 농가는 영세하기 그지없다. 땅덩어리가 넓어 방목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모두 사료로 사육하고 있다. 그 소를 키우는 사료 역시 대부분 수입곡물들이다. 곡물 모두를 수입하다보니 어찌 보면 우리는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아도 이미 수입하고 있는 것이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소를 키우는 기후, 토양, 정성이 다르기에 그 맛도 다르고, 우린 그 소의 고기가 입맛에 맞는다. 하지만, 한우를 기르는 축산 농가는 원가의 상승으로 수입육을 당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르고 있는 소는 약 200만 마리로 집계되고 있다. 그 200만 마리의 소를 기르는 농가는 대부분 몇 마리 혹은 몇 십 두 정도를 키우는 축산농가가 대부분이고, 대규모라 해도 약 4000~5000두를 키우는 그런 농장이 최대 규모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엔 한 축산조합에서 80만두까지도 키우고 있다. 경쟁이 되질 않는 것이다. 우리소를 기르는데 들어가는 원가는 계속 상승할 것이고, 우리축산농가의 수는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 명약관화한 이치라, 우리가 쇠고기를 먹지 않는 이상 쇠고기 수입은 필연이다.
우리의 식습관을 뜯어고쳐 쇠고기를 먹지 않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한우의 맛을 먹어보면 또한 그 맛에 쇠고기를 찾지 않을 수 없으니 좌불안석이다. 먹자니 수입해야하고, 수입해 먹자니 광우병 등으로 안전성이 의심스럽고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보자. 일본은 수입쇠고기는 20개월 이하로 규정하여 협상을 타결했다. 우리가 30개월에 의미를 두는 이유는, 30개월 미만의 소에서는 아직까지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조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그것도 불안해 20개월 이하로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일본이 20개월 이하의 쇠고기 수입을 허가 했지만, 그 맛이 떨어져 수입육들은 대부분 가공식품으로 판매되고, 그 수요 역시 아주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주 다르다. 우린 ‘소는 버릴 것이 없다’고 하여 고기뿐 아니라 내장인 간, 허파, 위, 창자 등 먹지 않는 것이 없고, 심지어 광우병의 온상인 신경, 뇌까지 먹는다.
우리나라는 현재 모든 곡물을 수입하다 보니 국제 곡물값의 상승으로 여러 군데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식량의 무기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쇠고기 역시 무기가 될 수 있다. 머지않아 우린 미국의 식량속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아주 많다. 이것이 더 문제다. 우린 이에 자체검역과 수입육의 30개월 이하, 아니 20개월 이하로 다시 협상하고, 우리소의 맛을 더욱 양질화하여 축산 농가를 살리고, 우리자신의 식습관도 서서히 바꾸어 쇠고기 의존도를 현격히 낮추어야 할 중차대한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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