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훈 충남대 관현악과 교수 |
17세기 초 성악음악의 반주로부터 기악음악이 독립적 역할을 할 때 베이스는 음악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베이스는 왕이다’라고 했다. 베이스역할을 한 악기는 첼로, 바순, 트럼본 등 이고 오르간의 왼손 역시 베이스 역할을 담당했다.
베이스에 비해 한 옥타브 낮은 소리를 낸다는 의미로 더블이라는 접두어가 붙는다. 이것을 독일어로 말하면 콘트라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콘트라베이스라고 알려져 있다. 독일어 콘트라바스를 영어식으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더블베이스는 숙명적으로 베이스를 더 낮은 곳에서 떠받치고 감싸 안는 역할로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오케스트라 총보에 언제나 맨 아래쪽에 기보되며, 오케스트라에서 볼 수 있듯이 6척 장신 더블베이스는 무대 오른편 뒤쪽에 마치 장승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 말은 더블베이스가 오케스트라의 토대가 되고 지킴이가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명지휘자 푸르트뱅글러는 더블베이스의 소리를 들으면 그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생전에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오케스트라에서 더블베이스의 중요성과 함께 연주하기가 어려운 악기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베이스가 왕이던 시대로부터 멜로디가 중심이 되는 시대로 바뀜에 따라 더블베이스도 점차 중요한 선율을 노래하게 된다. 베토벤은 교향곡 5번 제3악장 주제를 첼로와 함께 노래하도록 첫 문을 열었고, 이 선율이 당시 최고의 더블베이스 연주자 드라고네티에게 헌증된 연유는 드라고네티 연주를 듣고 매료된 것이 이 선율을 창작하게 된 동기였기 때문이다. 그 후 말러는 교향곡 1번 제3악장에서 온전한 독주 선율을 제공함으로써 점차 더블베이스는 새로운 차원에 이르게 된다. 그 새로운 차원은 지난 30여 년 동안에 완전한 독주악리로의 발전이다.
곰이나 코끼리로 표현되던 더블베이스가 이제는 하늘을 나는 학처럼 춤추며 노래한다. 그 춤과 노래는 무겁거나 둔하지도 않으며 외롭거나 숨어있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가볍거나 경망스럽지도 않고 혼자 뽐내지도 않는다.
오늘날 활(BOW)을 사용하는 현악기는 고대의 사냥용 활과 연관돼 있다. 사냥용 활은 화살과 한 짝을 이룬다. 그러면 현악기의 활은 어떤 의미로 짝을 이룰까.
바이올린족 악기의 머리 부분을 스크롤(Scroll)이라 한다. 소용돌이 무늬인데 편지 두루마리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본뜬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뜬 의미는 희망을 전하고 사랑을 전하고 행복을 전하는 것 아니겠는가.
간혹 그 스크롤을 대신해서 사람머리가 새겨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낭만을 의미하는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 에로스를 새긴 것이다. 에로스는 사랑의 황금화살과 미움의 납 화살을 가지고 있다. 사랑의 신 에로스가 황금화살을 쏘듯이 활을 가진 더블베이스는 사랑의 노래, 겸양의 노래, 포용의 노래, 화해의 노래, 행복의 노래를 한다. 우리 함께 그 노래에 맞춰 즐겁게 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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