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남인 예총 대전시회장`배재대교수 |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도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걸을 때도 잰 걸음이 대부분이며 불과 몇 초를 빨리가기 위해 자동차 경적을 쉴 새 없이 울려대고 심지어는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는 순간에도 쏜살같이 교차로를 통과하곤 합니다. 가끔 외국 가는 항공기를 타면 공항계류장에 비행기가 완전히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화물선반에서 짐을 내리거나 의자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조기’, ‘속성’, ‘단기’라는 말들이 우리 주위에 흔하게 널려있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조급증에 만연돼 있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서두른다고 해도 단축되는 시간은 차근차근 가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대부분 경험하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현실에 맞닥뜨리면 자신도 모르게 조급증이 발동하게 되고 이런 조급증으로 일을 망쳐버리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됩니다.
우리고장을 대표하는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 선생은 주자(朱子)의 “위공(魏公) 한기(韓琦)는 마음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글씨가 단정하고 근엄한데, 형공(荊公) 왕안석(王安石)은 마음이 조급하기 때문에 대단히 황망한 기운이 있다”고 한 글을 인용하면서, 공부하는 사람이나 위정자에게 지침을 제시할 때에 맨 먼저 조급증을 없애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성정이 조급하냐 안정(安靜)되었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成敗)와 화복(禍福)이 나눠진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선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물론 국민들 중에는 정권이 바뀌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별로 나아진 게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쇠고기파동을 비롯하여 한미FTA, 식량, 물, 자원 부족에서 북핵문제, 사회의 고령화 문제 및 경제력, 정치력에서 우리를 급속도로 추격하고 추월하는 나라들의 도전에 이르기까지 절박하고 거대한 문제들이 우리를 옥죄고 있는데 100일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에게 벌써 “물러가라”는 구호가 나오는 건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국내 어느 대학 연구진에 의하면 한국인의 70%이상이 조급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런 증상은 남에게 뒤떨어져선 안 되며 가정이나, 학교, 그리고 직장에서 항상 잘해야 되고 선두그룹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을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는 정신적 결함증세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인 경우 시험을 잘 보지 못한 학생이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직장승진에서 밀린 사람이 자살을 시도하는 등 극단적 행위로도 표출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 모든 사람이 1등일 수도 없고 어느 한 사람이 언제까지나 선두그룹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쫓는 자보다 쫓기는 자가 더 급하다”라고 했듯이 우리는 쫓기는 자의 삶이 아니라 느긋한 여유를 가진 사람이 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빨리 빨리”의 조급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생활가운데서 사소한 즐거움에 빠지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작은 일에도 감동할 수 있는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워드 클라이벨은 『웰빙(Well Being)』이란 책에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사소한 기쁨의 리스트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일기 쓰기,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듣기,아침 일찍 일어나 침묵에 귀 기울이기, 평화를 위해 뭔가 하기, 묵상하기,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글 읽기,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기, 나무 심고 키우기’ 등.
이런 사소한 일들에 감동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즐거운 일들에는 얼마나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항상 행복한 이유는 사소한 일들에도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하기 때문 일겁니다. 작은 일에 감동할 수 있는 능력은 삶을 바르게 바라보는 시선이 순수하고 여유로워 졌음을 의미합니다. 마음이 순수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행복지수도 높습니다.
6월에도 좋은 공연들과 많은 전시회들이 준비돼 있습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재충전의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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