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목사]“이런 기도하는 나도 사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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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목사]“이런 기도하는 나도 사탄일까?”

[중도춘추]이충재 대전평송청소년수련원장

  • 승인 2008-06-12 00:00
  • 신문게재 2008-06-13 20면
  • 이충재 대전평송청소년수련원장이충재 대전평송청소년수련원장
▲ 이충재 대전평송청소년수련원장
▲ 이충재 대전평송청소년수련원장
독일의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는 불의와 싸우던 현대인들에게 지대한 용기의 성소였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본회퍼 목사는 17세 튀빙겐대학교에 입학, 21세 베를린 대학신학박사 학위취득, 24세 대학교수 등이 말해주듯이 천재 신학자다. 그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시기가 2차 세계대전 직전으로 친구들은 전쟁의 위험을 피해 미국에 남을 것을 강권했지만 본회퍼는 귀국을 단행, 나치 치하에서 줄기차게 평화를 외쳤다.

히틀러가 집권한 이틀 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지도자가 자신을 우상화하기 위해 국민을 현혹하고, 국민이 그에게서 우상을 기대하면, 그 지도자상은 조만간 악마의 상으로 변질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고 “제 정신을 잃은 운전자가 폭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면, 그 폭주를 멈추게 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히틀러 제거 음모에 가담했다.

1943년이후 수감 중에도 늘 남을 위한 사랑의 삶으로 일관하며 온갖 고초를 치렀다. 히틀러가 항복을 선언하고 자살하기 21일전인 1945년 4월 9일 39세의 젊은 나이로 교수형을 당한 그는 “이것은 제게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마지막 편지에 썼다.

나는 시대를 읽고 실존적으로 결단했던 본회퍼의 정신을 존경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이런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우리의 청소년들이 꿈을 갖지 못한 채 건강권을 침해당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할 권리, 들을 권리, 건강할 권리, 비판할 권리를 가진 우리의 청소년들이 꿈꾸는 젊은이로 살아가도록 도우소서. 경쟁을 부추기고 사교육을 확장하는 교육제도를 바르게 고쳐 함께 사는 작은 세상을 이루게 하옵소서. 평화를 사랑하시는 주님, 세계 방방곳곳에서 폭력의 소리를 듣습니다.

공포와 슬픔이 우리의 영을 붙잡지만 주님, 인류가 무기를 내려놓고 함께 춤을 추는 꿈을 꿀 때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저에게 이런 일을 함께 할 지혜, 희망, 그리고 용기를 주옵소서. 온 인류의 평화를 위해 변화시킬 수 있도록 성령께서 도우소서. 주님, 우리의 무한한 욕망은 다른 이들의 권리를 침해했고, 무분별한 개발로 당신의 피조물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운하 건설을 주장하는 자들을 일깨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반미래적인 계획인지를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 깨닫고 반성케 하소서. 또한 주님, 불의의 재난으로 눈물 흘리는 지구촌 곳곳의 탄식을 들으시옵소서.

사이클론으로 눈물흘리는 미얀마의 형제들과 대지진으로 절망해 있는 중국 쓰촨성의 자매들을 위로해 주소서. 지금은 우리 힘이 미약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보이지만 작은 구호들이 합쳐져 어려움을 겪는 미얀마와 중국의 형제자매들에게 희망의 작은 불씨를 보낼 수 있도록 인도하옵소서.

주님, 고요한 아침의 나라 우리 땅에 광우병수입을 반대하며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외침이 위정자들에게 전달되게 하옵소서. 우리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깨닫게 하시고 미국과의 당당한 재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인도하소서. 또한 민족평화통일에 있어 남북의 민간, 정부지도자들이 그동안 노력해 온 수많은 노력들이 헛되지 않게 도와주소서.”

기도를 마치고 나는 촛불배후를 운운했던 추부길 청와대 비서관에게 묻는다. “이런 기도를 드리는 날 사탄이라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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