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홍어 맛과 인적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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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홍어 맛과 인적 쇄신

  • 승인 2008-06-11 00:00
  • 신문게재 2008-06-1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포항 과메기, 강경 젓갈, 영덕 대게, 인제 황태가 유명하듯이 홍어 하면 목포와 흑산도다. 본고장에서 맛보는 홍어의 지리고 톡 쏘는 싸한 맛은 세포가 곧추설 듯하다. 서울이나 대전에서 먹는 홍어회는 홍어무침에 가깝다 할 정도로 강력하다.


홍어는 처음 먹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 음식이다. 한데 한두 번,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 뇌 측두엽 안쪽 미각피질로 전달되고 기억되면 사정은 확 달라진다. 홍어에 막걸리를 곁들여 홍탁, 김치와 돼지고기를 더 곁들여 홍탁삼합(洪濁三合)이라던가.

설명할 수 없는 맛이 진짜 맛이라지만, 여기까지 읽고 입 안에 침이 고인다면 홍어 맛을 안다고 손들고 나서도 좋다. 화가 사석원이 “(홍어 맛을) 모르고 인생 하직한다면 난센스”이며 “그랬다면 당신은 세상을 헛산 것”이라 했으니 오죽하랴. 뇌도 뇌지만 미각을 인지하는 살덩어리인 혀에 이내 감사하게 된다.

먹을 것뿐 아니라, 인간의 존재론적 특성인 정치성도 혀로 말미암은 것이다. 말만 앞세운다 욕하지만 정치란 말로 먹고사는 행위라 늘 시끄럽다. 유전학적으로 침팬지는 인간과 98.7%가 같고 고릴라도 인간과 유전자가 99.6%가 같다. 그러나 인간과 같은 언어를 못 쓰는 것은 혀 때문이다.

혀가 어쨌다는 건지, 자리가 오늘내일하는 청와대 정무수석의 육성을 되돌려보자. “사람하고 고릴라하고 차이가 나는 게 혀라고 합니다. 혀가 고릴라보다 발달했기 때문에 소통을 많이 하고…”라고 했다. 야당 원내대표는 “고릴라가 되지 말자는 자기 경계로” 자주 생각하겠다고 응수한다.

우리, 고릴라 되지 말자, 는 대화와 타협 능력, 소통의 약속이다. 지금까진 ‘고릴라`라는 자백이다. 그랬다. 17대 국회의 일몰, 18대 국회의 일출은 추했다. 장관들은 혀가 굳은 채 시위(尸位)인 양 앉아만 있고, 대통령은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는지” 보고하라 ‘하명`했다. 국민 입맛도 모르고 민심 속도를 못 따라잡은 귀결이다.

맛은 기억이기도 하다. “얌전빼던 색시가 신방 차린 지 서너 달쯤 지나서부터 이불 속으로 야금야금 파고들어 은근히 서방 손목을 잡아끄는 것.”(사석원) 즉 홍어 맛과 권력 맛을 아는 과정은 닮은 구석이 있다.

그렇게 문고리 잠그고 권력을 맛보는 사이에 민심 경고등이 켜졌다. ‘권력의 사유화`를 싸고 막말 잔치까지 홍탁 술판처럼 질펀하다. 사유화는 폭력화, 장기화, 말기화와 더불어 부패 권력의 잣대다. 권력은 따라서 간사한 혀와 식탐처럼 통제받을 운명을 타고났다. 민심 이반, 난맥 자초, 그러다 인적 쇄신이 거론되는 지금, 포기 못할 홍어 맛 같은 중독성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홍어는 삭히면 몰래 먹고 싶은 맛이지만 썩으면 악취 풍기는 유해물질이다. 똑같이 미생물의 작용이라도 서로 딴판인 게 ‘발효`와 ‘부패`다. 홍어 맛을 아는 혀보다 권력을 탐하는 혀는 숟가락 놓고서야 무상함을 깨닫기에 더욱더 위험하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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