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 수 없는 맛이 진짜 맛이라지만, 여기까지 읽고 입 안에 침이 고인다면 홍어 맛을 안다고 손들고 나서도 좋다. 화가 사석원이 “(홍어 맛을) 모르고 인생 하직한다면 난센스”이며 “그랬다면 당신은 세상을 헛산 것”이라 했으니 오죽하랴. 뇌도 뇌지만 미각을 인지하는 살덩어리인 혀에 이내 감사하게 된다.
먹을 것뿐 아니라, 인간의 존재론적 특성인 정치성도 혀로 말미암은 것이다. 말만 앞세운다 욕하지만 정치란 말로 먹고사는 행위라 늘 시끄럽다. 유전학적으로 침팬지는 인간과 98.7%가 같고 고릴라도 인간과 유전자가 99.6%가 같다. 그러나 인간과 같은 언어를 못 쓰는 것은 혀 때문이다.
혀가 어쨌다는 건지, 자리가 오늘내일하는 청와대 정무수석의 육성을 되돌려보자. “사람하고 고릴라하고 차이가 나는 게 혀라고 합니다. 혀가 고릴라보다 발달했기 때문에 소통을 많이 하고…”라고 했다. 야당 원내대표는 “고릴라가 되지 말자는 자기 경계로” 자주 생각하겠다고 응수한다.
우리, 고릴라 되지 말자, 는 대화와 타협 능력, 소통의 약속이다. 지금까진 ‘고릴라`라는 자백이다. 그랬다. 17대 국회의 일몰, 18대 국회의 일출은 추했다. 장관들은 혀가 굳은 채 시위(尸位)인 양 앉아만 있고, 대통령은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는지” 보고하라 ‘하명`했다. 국민 입맛도 모르고 민심 속도를 못 따라잡은 귀결이다.
그렇게 문고리 잠그고 권력을 맛보는 사이에 민심 경고등이 켜졌다. ‘권력의 사유화`를 싸고 막말 잔치까지 홍탁 술판처럼 질펀하다. 사유화는 폭력화, 장기화, 말기화와 더불어 부패 권력의 잣대다. 권력은 따라서 간사한 혀와 식탐처럼 통제받을 운명을 타고났다. 민심 이반, 난맥 자초, 그러다 인적 쇄신이 거론되는 지금, 포기 못할 홍어 맛 같은 중독성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홍어는 삭히면 몰래 먹고 싶은 맛이지만 썩으면 악취 풍기는 유해물질이다. 똑같이 미생물의 작용이라도 서로 딴판인 게 ‘발효`와 ‘부패`다. 홍어 맛을 아는 혀보다 권력을 탐하는 혀는 숟가락 놓고서야 무상함을 깨닫기에 더욱더 위험하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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