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현 공주대 총장 |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에 따르면 과학기술은 현대의 환경적 위험과 그 밖의 다른 위험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오히려 그런 위험들에 대한 원인이 되어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것은 급속하게 진행된 사회의 전문화와 분화에 수반하여 분화된 사회조직들 간의 유기적 통합을 지탱하는 도덕적 기반, 즉 제도에 대한 신뢰의 취약성에 기반한다.
질곡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근·현대성을 구현한 한국사회에서의 위험은 ‘원칙과 기준`을 철저히 무시한 ‘제조된 위험`이라는 측면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주목하여야 한다. 최근 들어 꼬리를 물고 발생한 이천창고의 화재, 태안 기름유출 사고, 국보 제1호 숭례문 화재사건 등은 그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부정적인 결과를 감수한 위험은 결국 부메랑처럼 고스란히 우리에게 더 큰 시련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른바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의 대책마련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범위를 좁혀 대학사회에서의 위험의 문제를 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9년 서울대 연구실과 2003년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실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를 계기로 2006년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 내의 위험과 안전에 대한 인식은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아직도 전담 안전관리요원을 두고 있지 않는 등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정부가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쾌적한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 및 기반구축 종합계획(2008-2012)`을 마련, 시행키로 하였다니 다행한 일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법령 이행사항 점검과 안전점검 위주의 안전관리를 연구활동 종사자의 건강보호 강화와 자율적 연구실 안전관리의 선진화로 전환함과 함께 연구실 안전 취약 분야를 발굴해 안전관리 기준을 개발·보급하고, 정밀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는 등 지원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여 미진한 연구실 안전을 정부가 직접 챙긴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과 연구기관의 자율적인 연구실 안전관리 활동을 촉진하고 안전문화의 정책을 위해 ‘2008년도 연구실 정밀안전진단 지원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대학·연구기관에 연구실 정밀 안전진단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정밀안전 진단결과 도출된 안전취약요인에 대해 대학·연구기관이 개선대책 수립 및 조치를 자율적으로 이행하여 안전한 연구실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지난해에는 50개 대학·연구기관에 총 3억원의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한 바 있다. 올해는 연구실 안전관리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에 따라 2지원예산을 6억원으로 확대하여 지원하기로 하였다. 이 또한 반길 일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미약한 시작의 반향에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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