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식 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종전 도박과 환락의 이미지에서 종합휴양, 쇼핑, 가족단위 관광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제회의와 전시여건이 완벽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기에 바쁘고 또한 실제 그러하다. 세계에서 손꼽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를 비롯하여 중심가 스트립에 즐비한 숱한 특급호텔 부설 컨벤션 홀은 연중 다양한 국제회의와 전시를 유치하고 관련인사들의 방문으로 관광과 쇼핑, 도시경제가 맞물려 돌아가는 바람직한 선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대전이 국제회의나 세계수준의 전시행사를 매끄럽게 진행하려면 컨벤션 센터같은 하드웨어 못지않게 참가자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될 도시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 그것은 공허한 수사로 점철된 미사여구도 아니고 호텔의 객실, 식음료같은 천편일률적인 서비스 품질향상 만으로도 어렵다. 도시의 독특한 분위기며 색채를 만들어주는 문화환경 성숙이 수반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의 하나로, 도시를 대표할만한 공연상품을 개발하여 대전을 찾는 컨벤션 참가자나 일반 관광객 그리고 시민 모두 관심있게 볼만한 프로그램을 연중 상설화하는 것이다.
세계 유명도시에는 각기 도시를 상징하는 공연상품이 개발되어 나이트 라이프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뉴욕 브로드웨이의 크고 작은 다양한 공연, 라스베이거스 호텔들이 연중 무대에 올리는 수십 종의 공연물, 파리의 리도 쇼나 물랭루주 쇼 또는 50여년간 같은 극장에서 같은 작품을 선보이는 소르본 근처 위셰트 극장의 ‘대머리 여가수’ 공연, 모스크바의 볼쇼이 발레공연, 북경의 경극(京劇), 상해의 서커스, 하노이의 수상인형극, 중국 계림의 수중총체극인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 그리고 보는 눈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겠지만 태국 파타야 알카자 쇼 같은 공연물은 이미 오래전에 도시 문화상징이 되어, 그 도시에 가면 반드시 보아야할 것 같은 의무감을 불러일으킨다. 대부분 야간에 공연하므로 부득이 그 도시에서 숙박을 유도하는 이점도 있다.
대전의 경우 서울에서 멀지 않고 특히 KTX로 50분이면 닿는 지리적 여건으로 자칫하면 컨벤션 참가자들이 회의후 서울로 몰려갈 위험이 상존한다. 유성온천, 계룡산 만으로는 이들을 붙잡기 쉽지않다. 대전을 대표할만한 별미음식 개발과 보급도 숙제려니와 대전 근교에 대규모 명품 아울렛을 조성하는 일과 함께 매일(또는 주말과 공휴일) 저녁이면 항상 공연을 볼 수 있는 문화상품 개발 역시 긴요하다.
대전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담은 테마도 좋고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버라이어티 총체극일 수도 있다. 전통연극, 오페라, 뮤지컬, 국악, 무용, 서커스, 마임, 마술, 개그, 인형극, 레이저 쇼, 신파극, 시사풍자,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공연의 여러 요소를 집약하여 가급적 언어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숨쉴 틈없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무대를 만들고, 공격적인 공연마케팅으로 흥행에 나설 일이다. 재관람을 유도하기 위하여 일정기간마다 공연내용과 출연진을 개편, 업그레이드하면서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공연상품 개발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초기의 어려움만 감당한다면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지혜와 힘을 모으고, 훌륭한 인력과 시설장비를 갖춘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을 중심으로 지역내 다양한 공연공간을 활용한 예술의 저변확대, 문화향수, 대전의 상징적 문화상품 개발, 컨벤션과 관광의 부가가치 극대화는 가능하다. 침체된 민심과 팍팍한 삶의 권태를 즐겁고 역동적이면서 긍정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공연무대에서 해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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