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식 대전대 객원 교수.행정학 박사 |
개발연대의 고속성장기에 도시계획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었다. 도시의 양적인 팽창은 계획한도를 초과하기 일쑤였고 선 개발 후 계획이 대세였다. 아니 계획 자체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시대의 흐름은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수준충족을 당연시한다. 삶의 질이 우리를 이끄는 화두이며, 환경보전과 함께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도시계획에서 실현해내고자 한다. 재개발 사업 추진시 아파트 위주의 계획, 사업이익 극대화를 위한 고층화와 과밀 용적률 허용 등의 관례가 도시경관보존과 쾌적한 삶의 질 확보를 위한 구상으로 재검토돼야 될 시점이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90년대의 경제침체기에도 샌프란시스코는 평소와 다름없는 오피스 공실률을 기록하였는데 그 주된 이유는 샌프란시스코 시 정부의 강력한 개발규제 정책 때문이었다고 평가된다. 샌프란시스코 정부는 샌프란시스코만을 끼고 있는 도시의 아름다운 매력과 장점을 보존하기 위해 평소에도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샌프란시스코 만의 보존을 위한 개발규제 등을 이미 시행했다. 그 결과 불황기에도 도시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사무실 공실률이 평소와 같이 유지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곧바로 학습효과를 나타내 조닝(zoning`·도시 계획이나 건축 설계에서 공간을 사용 용도와 법적 규제에 따라 기능별로 나누어 배치하는 일)이 없는 도시로서 개발업자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던 휴스턴 시의회가 시의원 만장일치로 조닝 조례를 제정하기로 결정하게 됐다.
이때 시의회의 명분은 무모한 성장과 원칙 없는 개발을 억제할 수 있는 규제 제도를 도입해 도시생활의 질적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휴스턴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경제상황이 불황이거나 호황이냐에 관계없이 도시개발사업은 도시의 질과 주민의 생활수준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만약 도시개발 사업 수행시 규제 장치를 적절히 가동하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는 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으나 그로 인해 도시경관과 주거 환경이 훼손되게 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도시경쟁력을 저하시켜 도시의 침체와 쇠퇴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이것은 결국 도시에 활력을 가져오고 생활의 풍요로움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시개발 사업이 도시발전과 성장을 방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는 도시계획 실현이익의 균형적이며 조화로운 배분을 들 수 있다. 도시계획은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를 위한 계획이다. 도시계획사업으로 인한 성과와 혜택이 특정 소수집단에만 귀속된다면 사회통합을 저해하며 갈등과 대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나 자신과 더불어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이웃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양보하는 것은 사회적 기속가능성을 위한 당연한 방법이고 절차다.
경제적`사회적 계층의 다양성이 토지와 주거공간의 수준별 차이를 용납하게 되고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성의 인정이 차별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은 만인은 만인에게 평등하며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이론을 인류가 생각해 낸 정신유산 중에서 아직까지도 쓸모있는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한다면 경제적`사회적 차이에 따르는 차별은 없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은 결국 시대의 요청을 제대로 읽어내고 도시공간 속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도시계획가에게 철학과 소신이 있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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