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교]바이러스 전문 시험평가센터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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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교]바이러스 전문 시험평가센터의 필요성

[사이언스칼럼]이종교 한국화학연구원 신약연구단.책임연구원

  • 승인 2008-06-09 00:00
  • 신문게재 2008-06-10 21면
  • 이종교 한국화학연구원 신약연구단.책임연구원이종교 한국화학연구원 신약연구단.책임연구원
▲ 이종교 한국화학연구원 신약연구단.책임연구원
▲ 이종교 한국화학연구원 신약연구단.책임연구원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AI의 인체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자 여러가지 대책들이 발표됐고, AI 대응연구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어떤 동료 연구원은 ‘이제 AI 전문 실험실을 만들어야죠’라고도 한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약효평가를 수행하는 바이러스실험 책임자로 근무하지 벌써 20년이 됐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미국에서는 물질 한 개를 보내면 20 종류에 대한 바이러스 시험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불평하던 동료의 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바이러스 시험평가에 대한 책임감과 오기가 생겼고,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 이제는 우리 실험실에서 AIDS바이러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장바이러스 등 희망했던 20 종류 이상의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배양 증식실험을 통해 산`학`연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일부는 동물실험도 가능하다.

AI, 구제역, 사스 등 바이러스 질병이 발병할 때마다 바이러스 질병 대응을 위한 장기적인 과학기술대비책보다는 질병자체에 대해서만 관심 갖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때다. 병원성 바이러스 연구는 연구내용자체도 어렵지만 실험자나 주위 환경에 위해성이 클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이러스라고 하면 극단적으로 기피한다.

처음 실험실이 생겼을 때 피곤하면 입술 주위에 물집을 만드는 ‘허피스 심플렉스 바이러스 1형’ 한 종류만을 가지고 실험했는데도 청소하시는 분들이나 순찰하시던 분들이 바이러스가 무서워서 몇 개월 동안 일반 실험실 안으로조차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1995년에 AIDS연구를 위해 BSL3실험실을 설치 할 때는 같은 연구동 건물의 다른 연구자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아직도 대부분은 실험실 구경조차 꺼린다.

병원성 바이러스를 활용한 시험평가 기술 확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이러스 실험실의 안전성 확보가 시급하다. 위험성 등급이 높아질 수록 실험실 기준도 강화된다. 이제 새로운 BSL3기준에는 미흡하지만, 아직도 세포배양을 위해서는 헤파필터를 이용해 깨끗한 공기를 실험실 안으로 주입해야 하고, 바이러스의 확산방지를 위해 넣어준 공기보다 더 많은 공기를 빼줘야 한다. 또한 전문 관리자가 24 시간 상주해야 하는데 예산 지원은 턱 없이 부족하다.

또한 바이러스 실험은 전염병예방법, LMO법, 동물보호법, 폐기물관리법, 원자력법 등의 여러 규제 대상 분야이기 때문에 관리의 어려움도 많다. 특정 바이러스는 성능시험이 가능토록 준비하는데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AIDS바이러스(HIV)에 대한 약효평가 체계를 구축할 때 실험 가능한 역가의 바이러스를 얻기 위해 1년 동안 매일 10시간 정도의 실험을 한 적도 있다.

바이러스 질병은 치료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염성이 강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세우는 대책으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가 없다. 최근 AI 바이러스의 토착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AI, AIDS 등 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지속될 바이러스 문제를 우리 기술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을 위한 장기적인 바이러스 대응 기술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치료제나 백신뿐 만 아니라 소독장비, 여과장비 등과 그를 위한 부품소재 등의 개발에도 바이러스 시험평가기관의 부재가 병목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인건비, 장비와 시설, 유지비 등을 국가가 지원하는 공립 바이러스 시험평가센터 설립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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