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이 해안을 가득 덮고 있던 지난 해 12월 16일 김소현 양등 6명의 대전 관저중학교 3학년 10반 학생들은 만리포 해안을 찾았다. 이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대전에서 출발하는 6시 30분 버스를 타고 태안에 도착,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파도에 실려오는 기름기를 제거했다.
이들처럼 시험을 마친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신학기에는 태안에서 자원봉사와 MT를 병행하는 대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맹의석(39,아산)씨는 아들 맹관영(11.온양동신초 5년)군과 함께 만리포를 찾아 기름제거 작업을 벌이는 등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봉사의 의미를 현장에서 실천할 수 기회로 활용했다.
기름 제거 작업에 나선 이들을 돕기 위해 음식 제공에 나선 이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10년째 붕어빵을 만들어 팔고 있는 조한만(51)씨는 붕어빵 제작기계가 실린 자신의 트럭을 몰고 와 만리포와 신두리에서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에게 붕어빵 3000여개와 요구르트, 귤을 나눠줬다.
자원봉사에는 국경도 없었다.파라과이 발대스대사는 지난 해 9월 최악의 산불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은 파라과이를 돕기 위해 나선 한국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이틀동안 태안군 소원면 소근리에서 기름제거 작업에 동참했다.
또 필리핀 출신 결혼 이주여성인 아나마리(35·아산)씨 등 30여명도 자원봉사에 나서 어려울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는 한국인의 마음을 몸소 체험했다.
특히 연말에는 송년모임을 자원봉사로 대체하는 등 자원봉사가 새로운 사회 문화로 자리잡기도 했다.
KT 전북 북전주지사 사랑의 봉사단 및 직원가족 100여명은 송년모임 대신 태안을 찾아 봉사활동을 전개했고 수많은 기업들이 이에 동참했다. 경북 포항시 동지여고 3학년 학생과 교사 등 320여 명은 태안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졸업 여행으로 대체하며 뜻 깊은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밖에도 가톨릭 병원 간호사인 조선영(28)씨는 주사기 대신 삽을 들고 바다 오염을 막았고 천주교 대전 교구 유흥식(라자로)주교와 성도들도 성경책 대신 흡착포를 손에 쥐고 기름 제거 작업에 동참하는 등 각계 각층에서 도움의 손길이 계속됐다.
태안군청 직원 역시 6개월동안 휴일을 반납한 채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으며 지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숨은 일꾼으로 꼽힌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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