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의적(義賊)`을 부르는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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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의적(義賊)`을 부르는 한국사회

[문화초대석]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드라마평론가

  • 승인 2008-06-08 00:00
  • 신문게재 2008-06-09 20면
  •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드라마평론가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드라마평론가
▲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드라마평론가
▲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드라마평론가
어느 정도 연배가 있는 분들이라면 스포츠 신문 연재만화 ‘일지매`를 기억할 것이다. “탐관오리의 재물을 털어 백성을 도운 일지매(一枝梅)라는 도적이 자신을 알리는 징표로 매화 한 가지를 붉게 찍어 놓았다”는 짧은 역사기록에서 탄생한 고우영 화백의 ‘일지매`는 1970년대 후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만화였다. 부(富)의 분배가 정의롭지 못했던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일지매`는 당시 서민의 울화증을 풀어준 ‘의적`이었다.

1970년대 연재만화 주인공 ‘일지매`가 200년대에 SBS 드라마스페셜 ‘일지매`로 환생하여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첫 방영을 시작한 ‘일지매`는 고우영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돈과 권력 그리고 법과 무력을 모두 가진 기득권 계층을 조롱하면서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의적`으로서의 의미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 ‘일지매`는 고우영 화백의 만화 ‘일지매`와 일맥상통한다. SBS 드라마 ‘일지매`는 자신의 눈앞에서 아버지가 살해되는 장면을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지켜봤던 어린 아이가 저잣거리의 양아치로 자라다가 우연히 아버지의 죽음에 커다란 의혹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 단서가 되는 칼의 주인을 찾기 위해 도적이 된 의적 일지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양반과 상민의 구분이 분명하고 적서차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에 일지매와 같은 의적의 출현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분의 제약 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의적의 출현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경제적 능력에 따라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면서 대다수의 국민들로 하여금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게 만드는 2000년대 대한민국의 현실이 ‘의적`을 갈망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같이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꺼질 줄 모르는 ‘촛불` 행렬로 이어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원유 값과 그로 인한 물가 상승이 서민의 삶을 얽어매고 있는 현실에서 드라마에서나마 ‘의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일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서 현실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드라마의 내용을 실제 현실 속에서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면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알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최근 ‘주몽`이나 ‘대조영`, ‘광개토대왕`이나 ‘세종대왕`과 같은 민족의 영웅이 아니라 ‘일지매`나 ‘홍길동` 같은 의적이 서민영웅으로 각광받는 것은 2000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다수 서민의 삶이 퍽퍽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들은 대한민국의 그 무엇이 고단하고 힘든 서민의 삶을 어루만져줄 서민영웅의 출현을 부추기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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