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 채용외면 보훈가족들 서러워

대전.충남 의무채용률 23.8%… 전국평균 밑돌아

지역 기업들이 법으로 명시된 보훈대상자 의무 채용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의 고용여건 악화와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여파까지 겹쳐 보훈대상자들의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4일 대전지방보훈청에 따르면 대전·충남지역 민간기업의 보훈대상자 의무채용률이 갈수록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6년 27%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6.3%로 감소했으며, 지난 5월 말 현재 23.8%까지 줄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민간기업 의무채용률이 38.2%였던 것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공공부문을 포함한 전체 의무채용률 역시 지난해 기준 47.3%로 전국 평균 48%보다 다소 낮게 나타났다. 5월 말 기준으로는 전체 의무채용률도 45.5%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현행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과 민간기업은 전체 직원 수의 일정 비율을 보훈대상자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기관과 자치단체는 기능직 공무원의 10%, 일반 기업은 업종에 따라 3~8%를 의무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국·공립 학교와 공기업 등을 제외하고는 의무채용률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특히 일반 기업의 경우 보훈대상자 채용에 대한 기피 현상이 뚜렷한데다 처벌 조항 역시 약해 이를 강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행법은 채용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과태료를 물더라도 굳이 보훈대상자를 채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보훈대상자들의 공공기관 및 대기업 선호 현상도 맞물려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보훈대상자 의무채용에 얽매이지 않고 우수 인재 채용에 주력하는데다 지역에 중·소 규모의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의무채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문제는 경기 침체의 여파로 기업들의 의무채용률이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전지방보훈청 취업담당자는 “기업들이 보훈대상자 채용에 편견을 갖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지역 기업들의 의무채용률이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취업대상자의 자기 개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보훈대상자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채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