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할 때 슛의 각도가 46∼54도여야 골이 잘 터진다. 냇가에서 물수제비 잘 뜨려면 수면과 20도 각도가 핵심이다. 우주선의 대기권 진입은 7도를 유지해야지, 더 작으면 우주미아가 되고, 크면 지구 중력가속도가 커져 불탄다. 각도와의 싸움이다.
타고난 시각을 뽐내는 사람도 사물 보는 눈은 철저히 문화적이다.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 경찰 기동대장, 금융기관 점장, 언론사 밥을 얻어먹는 나, 가족 셋이 집안 대사에서 꼬박 한 나절 ‘회계’를 맡게 됐다. 그 자리에서 경찰 기동대장인 조카가 “작은아버지, 데모 진압하고 신문기사를 보면 방향이 왜 자꾸 틀려요?”라고 시비를 건다.
관점에 따라서 다른 세계관이 존재한다. 과일가게 주인이 느끼는 사과, 화가가 생각하는 사과, 자식 키우는 부모 머릿속의 사과는 다르다.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 귀엔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딩동이 “솔미”로 들린다. 경비장치 해제음은 “솔미도솔”, 문자 메시지 도착음은 “도미솔시”다.
시각을 좀 어렵게 ‘패러다임’으로 말할 수 있다. 사물을 보는 전형적 방법, 주어진 특정 조건에서 보는 방식이다. 망막에 비친 사물이 상대적이듯 주관적 가치가 가치의 모든 것이 아니다. 각도가 삐딱하면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대기업 프렌들리’가 된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내각은 자기네끼리 짬짜미로 해먹는 ‘베스트 오브 프렌즈’나 그들만의 ‘베스트 오브 데어스’로 떨어진다. 쓸쓸한 취임 백일잔치를 전후한 국민적 염증의 각도도 다르지 않다.
맥주는 잔을 11도로 기울여 따라야 맛있다. 그런 맛있는 각도를 찾아내자. 이명박식 국정 운영, 이명박식 시장주의 또 실용주의, 이명박식 일원론에서 우선멈춤하고 눈높이를 조절하라. 풍경이 보이고 국민이 보이고 질 좋은 쇠고기도 보이고 중심시야와 주변시야가 아주 새로운 각도로 탁 트일 것이다. 대통령의 스케일이 달라진다. 정치도 사업도 사랑도 칼럼도 최적 각도와의 싸움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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