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각도’로 먹고사는 사람들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밖]‘각도’로 먹고사는 사람들

  • 승인 2008-06-04 00:00
  • 신문게재 2008-06-05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사진 참 잘 나왔다. 실물에 가깝다는 말이 아니다. 생긴 얼굴보다 사진이 잘 받아 ‘포토제닉하게’ 나왔다는 말이다. 포커스고 앵글이고 간에 자기 눈이 질끈 감긴 단체사진을 보고 잘 나왔다는 사람 없다. 반면에 자기 얼굴만 잘 나오면 사진 잘 나왔다고 한다. 자신의 관점이 기준이다.


유행하는 ‘얼짱 각도’도 광각효과에 따른 것이다. 얼굴 15도쯤 위에서 비스듬히 찍으면 친구도 몰라보는 ‘킹카’ 얼굴이 된다. 눈에 중심을 맞추면 눈이 커지고 조금 떨어진 턱선은 갸름해 보인다. 각도 문제다.

농구할 때 슛의 각도가 46∼54도여야 골이 잘 터진다. 냇가에서 물수제비 잘 뜨려면 수면과 20도 각도가 핵심이다. 우주선의 대기권 진입은 7도를 유지해야지, 더 작으면 우주미아가 되고, 크면 지구 중력가속도가 커져 불탄다. 각도와의 싸움이다.

타고난 시각을 뽐내는 사람도 사물 보는 눈은 철저히 문화적이다.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 경찰 기동대장, 금융기관 점장, 언론사 밥을 얻어먹는 나, 가족 셋이 집안 대사에서 꼬박 한 나절 ‘회계’를 맡게 됐다. 그 자리에서 경찰 기동대장인 조카가 “작은아버지, 데모 진압하고 신문기사를 보면 방향이 왜 자꾸 틀려요?”라고 시비를 건다.

뭔가 대꾸는 해야겠고, 나는 그것이 시각의 상이함이고 경찰도 모르는 언론만의 가치라며 최루탄과 물대포 발사각도나 잘 지키라고 점잖게 덧붙였다. 그런데 지금 물대포 각도가 문제되고 있다. 15도를 지켰나 여부를 떠나 이 물대포 논란에도 경찰과 촛불시위 군중의 입장은 판이하게 갈린다. 역시 보는 각도다.

관점에 따라서 다른 세계관이 존재한다. 과일가게 주인이 느끼는 사과, 화가가 생각하는 사과, 자식 키우는 부모 머릿속의 사과는 다르다.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 귀엔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딩동이 “솔미”로 들린다. 경비장치 해제음은 “솔미도솔”, 문자 메시지 도착음은 “도미솔시”다.

시각을 좀 어렵게 ‘패러다임’으로 말할 수 있다. 사물을 보는 전형적 방법, 주어진 특정 조건에서 보는 방식이다. 망막에 비친 사물이 상대적이듯 주관적 가치가 가치의 모든 것이 아니다. 각도가 삐딱하면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대기업 프렌들리’가 된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내각은 자기네끼리 짬짜미로 해먹는 ‘베스트 오브 프렌즈’나 그들만의 ‘베스트 오브 데어스’로 떨어진다. 쓸쓸한 취임 백일잔치를 전후한 국민적 염증의 각도도 다르지 않다.

맥주는 잔을 11도로 기울여 따라야 맛있다. 그런 맛있는 각도를 찾아내자. 이명박식 국정 운영, 이명박식 시장주의 또 실용주의, 이명박식 일원론에서 우선멈춤하고 눈높이를 조절하라. 풍경이 보이고 국민이 보이고 질 좋은 쇠고기도 보이고 중심시야와 주변시야가 아주 새로운 각도로 탁 트일 것이다. 대통령의 스케일이 달라진다. 정치도 사업도 사랑도 칼럼도 최적 각도와의 싸움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