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율곡 선생이 가르친 상생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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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율곡 선생이 가르친 상생의 리더십

[목요세평]김희수 건양대 총장

  • 승인 2008-06-04 00:00
  • 신문게재 2008-06-05 20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전국이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로 들끓고 있다. 엄청난 국론분열과 국력 낭비 현장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를 잘 운영해 나갈 지도자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지금은 21세기이지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오히려 400년 전의 율곡 이이 선생의 지도자론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가 생각된다.

오늘날 어떠한 리더십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리더십의 문제에 있어서 우선 검토해야 할 것은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에 바탕한 사회 건설 의지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리더가 구성원을 독려하여 추구할 최종적인 목표, 즉 궁극적인 비전이 무엇인가의 문제다.

인간은 단순히 물질적 구조물이 아니요, 숭고한 이상만으로 살아가는 존재도 아니다. 인간은 이성과 욕구가 함께 내재하며, 따라서 삶의 조건으로서의 소유적 측면과 삶의 방향으로서의 존재적 측면이 동시에 갖추어져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양면을 어떻게 조절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며 능력이다.

율곡 선생은 ‘중용’에 중화(中和)를 이루어 극진히[致中和]하면 천지가 제자리를 얻고 만물이 번성한다고 한 중화사상에 주목했다. 만물이 제자리[位]와 제 때[時]를 제대로 얻어서 만물이 생성하고 완성함[成之]을 이룬다는 상생의 사상이며, 생명 존중 사상이다. 율곡은 그의 사상을 집약한 『성학집요』의 ‘통설’편을 치중화(致中和)사상으로 마무리했다.

율곡은 중화사상에 근거하여 리더가 행동하고 변혁함에 있어서 유념해야 할 두 가지 실천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는 근본을 좇아 말하는(從本而言) 경우와 매 상황에 따라 말하는(從事而言) 두 경우의 상함성이다. 율곡은 정치방도(治道)에 ‘종본이언’의 경우와 ‘종사이언’의 두 측면에 있다고 했는데, ‘종본이언’은 정심과 정의의 원리에 따라 말한다는 의미이며, ‘종사이언’은 구체적인 실제상황에 따라 말한다는 의미이다. 이 두 측면은 변혁기에 시대상황을 좇아 변통하는 두 방법이다.

율곡의 현실대처 방법은 항법(恒法)과 변통이 조화 통일되는 것으로서 큰 의의가 있다. 항법이 없는 변통은 일의 시작과 끝이 일관될 수 없는 것이어서 상황에 따른 상대주의와 편의주의에 빠져 결국 본 뜻을 상실하게 된다. 즉, ‘종사이언’의 정신은 ‘종본이언’의 전제 위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상황이 아무리 변한다 하여도 인간의 어진 본심을 오로지 하여 정덕과 정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둘째, 의와 리의 상함성이다. 이 문제는 항법과 변통에 관한 ‘종사이언’과 ‘종본이언’의 정신과 동일선상에서 논의되고 있다.

율곡은 ‘시무칠조책’에서 “도(道)에 병립할 수 없는 것은 옳음[是]과 그름[非]이며 사(事)에 함께 할 수 없는 것은 이로움[利]과 해로움[害]인데, 이해를 급하게 여기어 시비의 측면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일을 처리하는 의에 어긋나며, 또한 시비를 생각하여 이해의 소재를 살피지 않는다면 응변의 권(權)에 어긋난다.

권에는 정규가 없으니 중(中)을 얻음이 귀하고 의에는 상제(常制)가 없으니 의(宜)에 합함이 귀하다. 중(中)을 얻고 의(宜)에 합한 즉 옳음(是)와 이익(利)이 그 가운데에 있다”라고 했다. 시비와 이해의 시중(時中)에 관하여 오늘날에도 깊이 새겨들을 명쾌한 논리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창조적인 적중은 어려운 일이다.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시무에 밝고(曉達時務), 국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留心國事) 사람만이 해낼 수 있다.

인간의 삶을 위한 원리[中]를 바탕으로 상생의 원리를 현실에 실현하는 득중(得中)의 논리[和]가 절실한 이 때, 율곡이 가르친 중화의 리더십은 한국과 인류사회의 리더들이 경청해야 할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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