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의 죽음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 주고
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중에서 -
실로 통분할 동족상잔으로 이 땅의 꽃다운 청춘, 수많은 젊은이들이 귀중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나라에 바쳤다. 모윤숙 시인이 발견한 이름 모를 어느 젊은 군인의 죽음처럼.
어느 해나 6월의 조국 산하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싱그럽기 그지없다. 이 초여름의 축복이 넘치는 6월은, 또한 나라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국군 장병과 애국 선열들의 은혜를 기리고 보답해야 하는 호국 보훈의 뜻깊은 달이기도 하다.
국가보훈처에서는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제53회 현충일과 제58주년 6·25전쟁 기념일이 있는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 국민화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여러 행사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를테면, 이 6월 한 달을 ‘추모, 감사, 화합과 단결의 기간’으로 나누어 그 기간별 특성에 맞는 행사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좋은 보기로 ‘현충일 추념식, 현충탑 참배’는 물론, 국가유공자 및 유족들의 위로와 격려, 포상, 음악제, 예술제, 백일장, 웅변대회 등을 연다. 뿐만 아니라 국가보훈의 상징인 ‘나라사랑 큰 나무’ 배지 달기의 지속적인 전개, 제6주년 제2연평해전 기념식 및 그 희생자의 특별 위로와 격려, 사적지 및 전적지 등 안보현장 탐방, 종교계에서 펼치는 추모 미사, 법회, 기도회, 호국 보훈에 대한 TV특집 방송 등 참으로 다채롭고 풍성한 행사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실로 ‘당신의 나라사랑이 대한민국을 키워갑니다’라는 국가 보훈의 캐치프레이즈가 결실을 맺을 것 같은 예감이다.
문제는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국가 정체성의 폄하와 개인주의의 팽배 등 부정적 인식이 호국 보훈의 신성함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권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오늘날이다. 상대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공공 질서와 이익에 대한 개념은 반감되고 있는 추세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개인의 행복과 권익의 중요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민주 사회로 이행되어 가는 진통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한국 사회에서 국민 스스로 얻어 낸 값진 대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귀한 자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그것을 또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이 땅의 자유가 단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열들의 핏빛 무늬로 얻은 고귀한 가치임을 상기한다면 이제 우리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 국민 모두가 아름다운 이 산하를 후손에게 길이 물려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자유와 평화가 살아 숨쉬는 이 곳, 대한민국은 그 존재의 정통성과 진정성 위에 영원무궁해야만 한다. 6월의 눈부신 햇살이 아릿하고 뭉클한 기운으로 온 산하에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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