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삶.죽음에 대한 한국적 해석

  • 문화
  • 공연/전시

[공연리뷰]삶.죽음에 대한 한국적 해석

대전시립무용단 ‘불이문(不二門)’

  • 승인 2008-06-03 00:00
  • 신문게재 2008-06-04 13면
  • 임철중 대전문예의전당 후원회장임철중 대전문예의전당 후원회장
▲ 임철중 대전문예의전당 후원회장
▲ 임철중 대전문예의전당 후원회장
작년 한 해 대전광역시 산하 예술단체가 대폭 물갈이를 했다. 합창단의 빈프리트 톨을 시작으로 시향과 무용단, 그리고 예술의 전당 CEO가 모두 바뀌면서, 떠나는 사람에 대한 아쉬움이 섞인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이제 그 인사의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중에도 무용단 예술감독 김매자씨가 두드러진다.

2004년 11월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처음 접한 ‘심청`은 충격 그 자체였고, 부임 후 첫 작품 ‘얼음 강`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신문지를 횃불처럼 말아 쥔 남성 무용수의 도약은 압축성장의 역동성을, 무색 립스틱만 걸친 여성무용수의 소리 없는 비명의 몸짓은 민주화투쟁의 고통을 상징하는 듯 하였다.

“아! 이 춤은 개발연대(年代)의 재해석이요, 음지에 섰던 자들에 대한 씻김굿이로구나.”라고 느꼈다. 다만 ‘표제`는 있으되 이념의 유혹에 오염되지 않고 ‘절대`예술의 순수함을 지켜낸 작품이기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어린이날에 보여준 우리 고유의 창조설화 ‘마고`는 또 어떤가? 전통예술 판소리를 무용화한 심청에서 어린이를 위한 마고에 이르기까지, 씨는 단순한 창작 무용을 뛰어넘어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천착하고 이를 소리 없는 드라마로 만들어내는 일에 정진하고 있으며, 또한 그 때문에 충실한 팬들이 서울에서 부산에서 대전을 찾아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전당 앙상블 홀에서 대전시립무용단 제45회 정기공연 ‘불이문`을 보았다.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철학적 주제에 어떻게 도전하는가? 하는 궁금함 속에 공연을 보았다. 씨의 독창적 브랜드(Trademark)는 역시 초지일관이다.

의상은 한복을 모티브로 한 흑백의 앙상블, 무대는 넓게 쓰되 정지동작에서 무용수의 배치는 한국화적 설치미술로서 미장센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였고, 몸짓 또한 태껸과 탈춤 동작의 변주곡이다. 생의 문과 사의 문이 본시 두개가 아니라는 다소 통속화한 주제의 풀이가 결코 범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거기에는 불가의 윤회가 있고 천상병의 귀천(歸天)이 있었다.

씨는 우리의 정체성 찾기에서 철학과 종교로 외연(外延)을 넓힌 것일까? 이번 공연의 압권은 부안무자최지연씨의 윤곽이 뚜렷한 미모를 살린 피날레였다. 관객석에 한껏 다가와 임종 직전 한 순간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는 이내 목이 꺾인다. 이것이 김매자씨의, 또한 열반으로도 부르는 가장 한국적인 죽음에 대한 해석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만년 소녀 김매자씨의 우리 정체성에 대한 천착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내 것 찾기는 한편으로 국제화의 길이기도 하다. 뮤지컬 노트르담 서막을 보라. 음악에는 사물놀이 가락이, 무용에는 우리 춤의 몸짓이 그득하지 않던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