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맹현 대전홀리클럽회장.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
그러나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은 미얀마 군정이 구호요원 출입을 막고 있어 들어온 구호물자마저 전달 인력부족과 부패 등으로 피해민의 대다수가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해의 고통에 더해 정치적인 이유로 더욱 고통 받고있는 피해민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시민들이다.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무수한 생명들이 권력자들의 이해관계로 그 피해를 더욱 키우는 참상들은 청소년기에 읽었던 게오르규의 『25시』라는 소설을 떠오르게 한다.
소박하고 순진한 루마니아의 농부 모리츠는 자신의 아내를 탐내는 헌병에 의해 유태인으로 취급돼 징집되자 헝가리로 탈출한다. 그러나 헝가리에서는 루마니아인이라는 이유로 고문을 당하고 독일로 보내진다. 독일에서는 엉뚱하게도 인종학을 연구하는 독일군 장교에 의해 순혈 독일인으로 판정받아 영웅으로 대접받기도 했으나 독일의 패배로 2차 대전이 끝날 때에는 독일군이라는 이유로 연합군에 의해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그렇게 13년 동안 100여 곳의 수용소를 거치고 어느날 체포되던 순간과 마찬가지로 영문도 모른 채 석방된다.
한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겪는 가혹한 수난을 읽으면서 인간이 허공에 쳐놓은 금에 불과한 경계에 의해 인간존엄성이 짓밟힐 때 느꼈던 저항감과 작가의 인간존중사상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온갖 타이틀을 갖게 된다. 누군가의 아들, 어느 나라의 국민 등등. 그러나 간과될 수 없는 것은 어떤 타이틀이냐에 관계없이 인간은 존귀한 존재이며 하나님은 모든 인간을 자유롭게 살도록 창조했다는 사실이다.
‘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자의 죄과는 전 세계를 파괴하는 것과 맞먹으며 한 인간의 생명을 구제하는 자의 공로는 전 세계를 구제하는 자의 그것과 대등하다’는 작가 게오르규의 말은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메시지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타까운 뉴스를 접하며 걱정은 할지언정 다른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구호활동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번 대재난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여파가 우리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걱정하기에 앞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 대한 구호활동을 통해 인간존엄의 정신을 일깨울 때가 아닌가 싶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겪은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인한 폐허 속에서 굳은 의지로 다시 일어섰지만 그 과정에서 체제나 이념을 초월한 세계의 인도주의적 도움이 있었기에 그 고통의 시간들을 단축할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그 도움을 베풀어야할 때다.
신성장경제이론의 창시자인 폴 로머는 사람과 아이디어, 지식이 중시되는 미래사회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높은 지식수준, 근면성, 열정을 높이 평가한 바 있고,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50년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국민소득 2위의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적인 지표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인간존엄의 정신을 바탕으로 인류애를 실천할 때 우리나라가 존경받는 진정한 세계일류국가가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