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희 대덕초등학교 교감 |
1990년도 중반에는 그 꼬마가 지도교사가 되어, 대전시를 대표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영동고속도로를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단풍이 절정인 강원도 어디쯤에서 해마다 11월 셋째 주 목요일이 되면 전국 나의주장발표대회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2회의 전국 우승과, 1회의 준우승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 후 어느 날, 그 교사에게는 금강산 방문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나의 주장을 열심히 지도한 죄로 북한에 잡혀갈 지도 모른다는 충고를 듣고 포기를 했던 기억이 지금도 이따금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어렸을 때 기억은 행위만 살아있고 의미는 모호해졌습니다. 손뼉을 친 이유를 알았는지 혹은 남을 따라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행로에 의해 그 교사의 정체성은 보수적인 성향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촛불집회라는 문화가 아직도 친숙해 지지 않는 것을 보면. 축제가 축제로 그친다면 모를까 이념이 공존하는 현장 속은 왠지 아슬아슬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조그만 촛불들이 모여서 커다란 화재를 일으키지나 않을까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촛불집회에 우리 초등학생이 참여했다가 경찰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다행이 훈방되었다고 해서 한숨 돌렸지만, 촛불집회는 그저 촛불처럼 조용히 시작해서 촛불처럼 아름답게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밀고 당기고 다치고 아픈 촛불집회에 꿈과 이상이 용해되어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기를 소망해 보는 유월입니다.
유월은 푸르고 아름답지만, 그냥 즐길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한국인에게 유월은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꿈꾸어야 하는 과제가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교육의 지향점은 어디인지, 촛불문화는 또 어떻게 승화되어야 하는지, 어느 선구자의 말씀을 새기면서 자성의 목소리에 꿈을 섞어보기로 합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오직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홍익인간이라는 단군의 이상도 이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교육에서 바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교육을 통해서 높은 문화를 일으키고 세계 인류가 우리 민족의 문화를 사모하도록 하지 아니 하려는가? 김구 선생님의 자서전에서 몇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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