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0여명의 포항 동지여고 3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졸업여행 첫날 태안 소원면 모항리를 찾아 기름방제 봉사활동을 가졌다. |
“포항보다 경치도 좋고 물도 맑아 답답한 가슴이 확 트여요. 하지만 대학에 가면 꼭 다시 찾고 싶어요”
졸업여행에 나선 고3 수험생들이 태안 기름유출사고 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여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 동지여고(교장 정해원) 3학년 학생과 교사 등 320여 명은 지나달 29일 이른 아침 고교시절 마지막 여행인 졸업여행길에 올랐다. 6시간의 대장정 끝에 이들이 도착한 졸업여행지는 다름 아닌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의 최대 피해지역인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버스가 현장에 도착하자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장실부터 찾았다.
먼 길을 오면서 길을 찾지 못한 탓도 있지만 시간이 지체될수록 봉사활동 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학생들은 서둘러 방제복을 입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날 학생들이 참여한 작업은 폐기물 기름제거. 여학생들인 탓에 과도한 힘을 요구하는 작업을 할 수 없는 데다 해변에 방제작업을 할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해변에서 건져 낸 자갈 등 폐기물에 묻은 기름제거 작업에 나선 것.
학생들은 방제포에 한 움큼씩의 자갈을 얹은 뒤 해변에 삼삼오오 둘러 앉아 기름을 닦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고3 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기름을 닦아내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시종 즐거운 모습으로 봉사에 임했다.
조재경(18)양은 “처음 졸업여행을 자원봉사로 간다고 했을 때 내심 섭섭했지만 막상 와서 기름을 닦아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졸업여행보다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인솔을 담당한 조태윤 교사는 “학교 측의 배려도 있었지만 사비를 털어 여행에 나서는 학생들이 동참해주지 않았더라면 졸업여행을 이곳으로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작은 힘이지만 지역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동지여고 학생들은 1박2일 일정으로 출발한 졸업여행 첫날을 고스란히 태안 자원봉사에 할애한 뒤 다음날인 30일 대전지역 박물관 등지를 둘러본 뒤 포항으로 돌아갔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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