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종성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장 |
온렌딩 혹은 전대라는 불리는 생소한 이 제도가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해 집행기관의 입장에서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다.
온렌딩 방식은 벤처나 이노비즈 같은 혁신형 중소기업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지 않고 민간은행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민간은행이 중소기업을 평가해 정부지원금과 민간자본이 동시에 지원하는 개념이다.
온렌딩 방식은 어느 국가에서 수입된 것일까. 2004년 중소기업연구원은 유럽연합과 미국의 중소기업 금융제도에 대해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그 외에도 금융지원제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있었으나, 기본 골격 형성은 선진 금융으로 손꼽히는 이들 국가의 지원제도의 비교·연구에서 시작된다.
온렌딩 방식은 독일의 금융시스템이 모델
온렌딩 방식은 유럽연합 중 독일 KfW(독일부흥은행)의 시스템을 모델로 하고 있다. 독일 금융시스템의 특성은 공공적 성격의 지역금융기관을 기반으로 한 관계금융이 발전했다는 것이며 그 대표적인 예로 저축은행을 들 수 있다. KfW가 저축은행과 같은 민간은행에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민간은행은 기업을 심사, 선별해 대출을 공급하는 간접지원 방식이다.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대리대출, 신용보증기금의 위탁보증, 한국벤처투자의 간접출자를 이용해 본 기업이라면 이들 제도가 온렌딩과 유사한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며칠 전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KIF(Koea Investment Fund)를 하나로 묶는다고 발표했다. 이는 산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확보된 자금 20조 원으로 결성된 KIF가 온렌딩 방식의 사업을 펼쳐 신용보증기금과 동일한 방식으로 사업을 펼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동일방식을 사용하는 이들 기관을 통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겠다.
온렌딩 방식은 관계금융 강화를 의미
그렇다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독일의 경우 저축은행과 같은 소액대출기관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소규모 기업에 지원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또한, KfW Mittelstandsbank라는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사업그룹을 편성하여 대출, 메자닌금융, 투자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장기·저리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적인 정책자금 대출의 비중이 줄고 메자닌금융과 유동화 상품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온렌딩 방식에 따라 소액대출을 맡은 지역은행들은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오랫동안 축적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하는 관계금융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는 정부가 민간금융기관이 주거래 은행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온렌딩 방식을 통해서 지원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 삼아
온렌딩 방식의 전환으로 은행의 대출평가기법 선진화할 것이며 한계기업 퇴출 등 시장기능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은행의 도덕적 해이나 우량기업 지원 편중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나 혼돈할 이유는 없다. 온렌딩 방식은 현재 우리 중소기업 자금지원 방식과 유사한 형태이며, 다만 동일 방식을 활용한 기관들을 통합해 관계금융을 강화한다고도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중소기업은 수많은 변화에 노출돼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어둠 속에 있다. 환율상승 및 원부자재가 상승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관계금융의 활성화를 통해 당면한 문제를 서로 협력 하에 현명하게 대처, 기업과 은행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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