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위 단체는 현재 북한에서는 식량난이 악화되어 아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이 지원하기로 한 식량 50만톤은 춘궁기가 지나서야 지원이 이루어지므로 그때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지금 당장 우리나라에서 적어도 곡물 20만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단체의 발표를 원용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식량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시대를 지난 이후에는 그나마 식량사정이 나아져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는 아니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위 단체의 발표는 북한의 식량사정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5월과 6월은 본격적인 춘궁기가 시작되는 때이므로 위 단체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북한의 식량난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위 단체의 발표 내용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있기는 하다. 국가정보원에서 지난 2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사정이 “그럭저럭 지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였으므로 북한의 실상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과연 누구의 발표를 믿을 것인가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통일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작년 남한이 북한에 지원한 규모는 다음과 같다. 즉 정부차원의 무상지원이 2,159억원, 정부차원의 식량차관이 1,649억원, 민간차원의 무상지원이 920억원, 총계 4,728억원이 작년 한 해 동안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지원된 규모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도적 지원의 태반은 식량지원에 집중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와같은 인도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올해 북한의 식량사정이 평년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미국이 전격적으로 50만톤을 지원하기로 하였다고 하고,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북한이 이러한 미국의 지원을 수용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북한의 식량사정이 우려할 수준이라는 것은 넉넉히 짐작된다.
남한과 북한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서문에서는 남북한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했으며, 이러한 남북한 특수관계론에 따라 우리 헌법재판소는 “현단계에서의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함께 갖고 있는 것이 현실(1993. 7. 29.선고 92헌바48)”이라고 하여 북한에 대하여 이중적 성격을 인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북한에 대한 우리 헌법의 태도는 우리 위정자들에게 북한의 무력도발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함은 물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대화와 협력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명령한다.
애초에 대화와 협력은 상호주의보다 추상수준이 한 단계 높은 개념으로서 상호주의로 대체될 수 없는 이념이다. 즉 상대방이 대화와 협력에 나설 때만 이루어지는 대가적 조치가 아니라 비록 상대방이 대화와 협력에 응하지 않을 때라 하더라도 각종 정책적 조치 등을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오게끔 이끌어야만 하는 것이다. 국제적, 국내적 관계에서 필요한 선행적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대화와 협력이 남북관계의 기본적인 조류가 되게끔 노력할 것을 우리 헌법은 강하게 요구하고 명령하는 것이다. 그것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킴으로써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평화통일 이념을 실질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방책`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전향적 태도가 아쉬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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