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봉 금강유역환경청장 |
그러나 우리 각각의 집에도 머슴이 있고 이를 혹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집에 머슴이라니, 무슨 재벌집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웬만한 집에는 옛날로 치면 머슴 6명을 거느리고 있다. 항시 뜨거운 물이 나오고 집이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어디 가고 싶으면 편안히 앉아 있으면 된다(물론 약간의 손, 발동작이 필요하지만). 물 긷는 머슴, 물 데우는 머슴, 마차 등이 항시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머슴의 새경은 물론 에너지다. 에너지가 있어야 이 머슴들이 움직이는데 문제는 이 머슴들을 너무 혹사하고 있는 것이다. 집이 약간만 더워도 에어컨 머슴을 들볶고 약간만 추워도 보일러 머슴을 들볶는다.
약간의 거리를 가려해도 말 100마리 이상이 끄는 마차를 이용한다. 물론 머슴을 두었으니 부리는 것은 당연한데 너무 혹사하고 있으니 새경은 새경대로 많이 들어가고 머슴은 볼이 부어있다. 불만이 잔뜩 쌓인 머슴이 심통을 부리는 것이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그에 따른 세계 곳곳의 재앙이다. 산업혁명이래로 쌓여온 불만이 이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유난히 4계절의 구분이 뚜렷하여 철이 바뀔 때마다 개성있는 색깔과 자태로 자신을 한껏 드러내던 계절들이 몇 해 전부터 봄인가 하면 어느새 여름의 한가운데에 들어서 있고 무덥고 긴 여름에 힘을 빼앗긴 가을이 이내 자리를 겨울에 내어 주는 이변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자연적 변화가 아니라 인간 활동에 의해 인위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또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사실이 문제일 뿐이다.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와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없는 지나친 화석연료의 사용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CO2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우리의 생활이 너무 편리해졌고 또 이에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머슴을 잘 부리고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머슴을 없앨 수는 또 없는 것이다.
현대인이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가. 재생에너지에 그 답이 있다. 태양에너지, 풍력, 조력, 지열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새경은 주되 다른 방법으로 지불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독일이 가장 앞서가고 있는데 1998년 에너지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2%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는 6%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5년 현재 2.1%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비율을 2012년까지 5%로 끌어올리기 위해 9조 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근래의 유가 상승을 보면 재생에너지가 각광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또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CO2를 줄여야 할 것이다. 이에는 숲만한 것이 없다. 소나무 한그루가 연간 CO2 11kg을 흡수하며 4명이 마실 수 있는 산소를 공급한다고 한다. 현재 전세계 숲이 흡수할 수 있는 CO2의 추정치는 연간 40억t으로 총배출량 88억t의 절반에 가깝다.
그러나 이러한 숲이 점점 사라져 가는데 안타까움이 있다. 전세계의 열대림은 매년 1000~1500만ha씩 (한반도 2210만ha)감소하고 있다. 벌목을 늦추는 국제협력이 요구된다.
에너지사업자도 아니고 임업을 하지 않는 평범한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에너지절약을 해야 할 것이다. 머슴을 덜 부려 새경을 줄여야한다. 우리의 머슴은 착하게도 부릴 때에만 새경을 주어도 된다. 부리지 않으면 일년 열두달 새경은커녕 밥 달란 소리도 안한다. 그러나 조금만 부려도 새경을 달란다. 우선 전기를 절약해야 한다. 좀 춥게, 좀 덮게 살고 절전형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자동차를 덜 사용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자. 새경도 점점 오르고 있는 이때 머슴 좀 혹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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